코로나 장발장 막는다...경기북부경찰 '경미심사위' 복지사각 발굴

▲ 경기도북부경찰청 전경

#1. 지난해 8월 경기북부에 사는 70대 노인 A씨는 동두천의 한 주택가에서 깻묵을 가져갔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버려진 깻묵이라고 생각했다가 깻묵 주인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그는 평소 건축 설비 일로 생계를 이어오다 코로나19 여파로 줄어든 일감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국가유공자인 A씨가 소득이 줄어 생계가 곤란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곧바로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열어 ‘즉결 심판’에서 ‘훈방’으로 처분 수위를 낮췄다. 또 경기도와 함께 그를 긴급 복지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

#2. 지난해 5월 70대 노인 B씨는 플라스틱 파레트를 주워다가 고물상에 팔다가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파지 수집을 하다가 허리를 다쳐 일을 그만뒀다가 자신의 병수발을 위해 퇴사한 아들의 퇴직금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었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와중에도 고물상에 버려진 폐기물 등을 팔아 생계를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같은 사연을 접하고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통해 형사입건→즉결 심판으로 처분을 감경하고, 경기도와 협력해 그를 긴급 복지지원 대상자 명단에 올렸다.

경기북부경찰청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이들 가운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생계 위기자 발굴에 나섰다. 이를 위해 매달 경기북부경찰청 산하 13개 경찰서에서 열리는 경미범죄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발굴한 복지 지원사례를 경기도와 공유, ‘제2의 코로나 장발장’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찰은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해 총 32회에 걸쳐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열어 생계형 범죄자 254명에 대해 심사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생계 등의 어려움이 인정돼 처분이 감경되거나 법원에서 선고유예로 풀려났다. 또 경기도와 협력해 생계 위기자 153가구를 발굴해 8천960만원을 지급하며 긴급 복지지원을 실시했다.

경찰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 대상자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위원회 운영방식을 줌(Zoom), 미더스(MeetUs) 등을 활용한 비대면 영상회의로 대체하고, 별도 가이드 라인을 제작해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성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돕겠다”며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생계 위기자를 발굴하고 제2의 코로나 장발장이 나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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