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6월 29일. 모두 거리로 나와 ‘대한민국’을 외친 ‘2002 한·일 월드컵’이 한창이던 날.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이 대구 스타디움에서 마지막 경기로 터키와 3·4위전이 있던 그날. 도저히 잊을 수 없는, 또 잊어서도 안 되는 또 하나의 역사가 당시를 또렷이 기억한다.
오전 9시54분 인천 옹진군 연평도 서쪽 7마일 해상에서 북한 경비정 2척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다. 이로부터 31분이 지난 오전 10시25분 북한 경비정 중 1척이 경고방송과 차단기동으로 접근하는 우리나라 해군의 참수리 357호정을 향해 무자비한 함포공격을 가했다.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에 우리나라 해군은 즉각 대응사격으로 나서며 교전을 시작했다.
다시 31분간 이어진 교전은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함포와 기관포 소리를 저 멀리 내던진 채 끝이 났다. 북한 경비정 1척에서 피어오른 불길과 검은 연기도 어느새 북녘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을 한몸으로 받아낸 참수리 357호정은 오전 11시59분 무심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참수리 357호정과 함께 우리나라 서해를 지키던 윤영하 소령(정장), 한상국 상사(조타장), 조천형 중사(병기사), 황도현 중사(병기사), 서후원 중사(내연사), 박동혁 병장(의무병) 등 6명의 장병도 우리의 곁을 떠났다.
이들은 짧은 머리카락과 머쓱한 표정을 뒤로 한 채 나라를 위해 집을 떠난 우리의 귀중한 아들이다. 당신에게는 소주 한잔으로도 하루종일 시끌벅적 떠들 수 있는 멋진 친구고, 누군가에게는 목숨과도 맞바꿀 수 있는 소중한 연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날을 ‘제2연평해전’이라 부르며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 제2연평해전 이후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 피격 사건’, 같은 해 11월 23일 일어난 ‘연평도 포격도발’로 전사한 해군·해병대 장병 49명 역시 쉬이 잊지 않는다.
올해로 6번째를 맞이한 ‘서해수호의 날(26일)’. 서해수호의 날은 서해를 지키기 위한 희생을 기리고 국민의 안보의식을 북돋으며 국토 수호의 결의를 다지는 법정기념일이다.
우리는 서해수호의 날과 함께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포격도발 속에서 나라를 위한 마음 하나만으로 희생한 장병 55명을 ‘서해수호 55용사’로 기린다. 우리의 귀중한 아들, 멋진 친구, 소중한 연인이었던 그들을 호국보훈의 마음에 품는다.
한편, 합동참모본부는 25일 오전 7시6분께, 7시25분께 북한이 함경남도 함주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해 3월 29일 북한이 원산에서 초대형 방사포를 발사했다고 주장한 이후 약 1년만의 일이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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