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고가교 폭 88㎝로 사람 1명 겨우 지나
“여긴 처음 지어질 때부터 그랬어. 처음부터 잘못 만들어진거지.”
29일 오전 10시 인천 계양구에 있는 작전고가교. 양방향 도로 중 한쪽 방향에만 보행자 통로가 만들어진 이곳은 통로 폭이 좁아 사람 2명이 교차하기가 쉽지 않다. 줄자를 이용해 통로를 재보니 약 88㎝다. 이는 2018년 국토교통부가 보행환경 확보와 보행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마련한 ‘보도 설치 및 관리 지침’의 인도 폭 최소 기준인 1.5m에 한참 모자란 수치다.
한쪽에서 유모차를 끄는 노인이 고가교 보행자 통로에 들어서자 반대편서 오던 20대 남성은 힘들게 자세를 바꿔가며 유모차를 겨우 피한다. 자전거를 탄 한 중년 남성은 고가교 앞에서 좁은 보행자 통로를 보고는 멈칫하다 결국 차도를 선택한다. 자전거가 급하게 차도로 들어서면서 뒤따르는 자동차에서는 ‘빵’하는 경적이 울린다.
계양구 주민 이재윤씨(29)는 “보행로 폭이 너무 좁아서 이용할 때마다 불편하다”며 “왜 이렇게 보행자 통로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부평구에 있는 효성고가교의 보행자 통로도 좁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의 폭은 119㎝로 휠체어나 유모차 등이 지나가면 교차 통행이 어렵다. 국토부의 인도 폭 최소 기준 역시 못 미친다.
이와 함께 보행자 통로 진입로가 언덕식이 아닌 계단식임에도 엘레베이터가 없어 교통약자의 통행을 막고있는 곳도 있다. 미추홀구에 있는 쑥골고가교와 주안고가교는 약 30여개의 계단을 올라야 보행로를 지날 수 있다.
인천시 등에 따르면 경인고속도로와 경인국철(1호선)에 있는 고가교는 각각 7개, 5개 등 총 12개다. 이들은 고속도로나 전철 등으로 도심간 통행 단절이 이뤄지는 문제를 해결하려 생긴 고가교다. 하지만 이중 상당수가 보행 통로 폭이 좁거나 승강기가 없어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도로 폭은 지금 와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구 관계자는 “엘레베이터 설치 등에 대해서도 현재 만들어진 고가교의 연식이 오래돼 철거할 가능성 등을 다 고려해야한다”고 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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