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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준의 잇무비] '자산어보', 스승이자 벗이 된 두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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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준의 잇무비] '자산어보', 스승이자 벗이 된 두 남자

영화 '자산어보' 포스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자산어보' 포스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감독: 이준익

출연: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 민도희, 차순배, 강기영 등

줄거리: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설경구)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서로의 스승과 벗이 된 두 사람

'정약전'은 대중에게 그리 익숙한 인물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오히려 '목민심서'로 알려진 '정약용'이 더 익숙한데, 정약전이 바로 그 정약용의 형이다. 정약전 역시 동생처럼 민중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식을 갈구하는 인물로, 그 연장선상에서 어류학서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게 된다. 특히 영화 속 정약전은 다른 사극 속 학자 캐릭터와 달리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직 성찰하는 모습으로 고정관념에서 탈피한다. 이와 반대로 글 공부를 더 중시하는 '창대'는 고지식하지만 우리가 여느 사극에서 봐왔던 평민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바로 영화 '자산어보'다. 이준익 감독은 "약전과 창대는 세대차가 아니라 개인차다. 창대의 개인성은 욕망의 본질이다. 욕망의 본질은 환경이 선택한다. 약전의 자산어보와 약용의 목심심서가 각자의 길이 있듯, 창대는 약전과 약용 사이에서 그들을 선명하게 드러내주는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

'자산어보'를 아십니까?

영화의 주요 소재인 '자산어보'는 흑산도 연해에 서식하는 물고기와 각종 해양 생물들을 총망라해 묶어놓은 서적이다. 실제 이 '자산어보'는 당대의 해양자원은 물론, 주민들의 생활상까지 알 수 있어 귀중한 사료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동생 정약용이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으로 나라의 질서를 잡고자 실학사상을 집대성했다면, 정약전은 보다 민중의 삶에 근접한 실질적인 지식을 추구한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에서도 그려지듯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흑산도 청년 창대의 도움으로 서적을 집필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 감독은 "고증을 받았지만 그래도 (고증에) 맞추진 않았다. 그럴거면 다큐멘터리를 찍지, 왜 영화를 찍겠나"라고 반문했다.

시대극의 대가, 또 한 편의 명작 탄생을 예고하다

이준익 감독은 전작인 '사도' '동주' '박열' 등의 시대극을 통해 시대상보다는 인물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신작 '자산어보' 역시 주요 소재는 자산어보라는 서적이지만, 이 서적을 만드는 두 인물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전작과 다르지 않다. 이 감독은 "어느 한 시대의 위대한 인물은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그 옆에는 그에 못지 않게 위대한 인물이 있다"며 "장르적 욕심은 없다. 그저 정해진 틀 안에서 영화를 찍는 사람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개봉: 3월 31일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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