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박남춘 시장, 선거와 시정 구분해야

내·외부적으로 난관에 봉착해 있는 수도권매립지 사용종료 문제가 때아닌 정쟁에 휩싸여 해결이 난망하다. 지난달 30일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유력 주자들이 수도권매립지 문제에 대한 입장을 공개하자 박남춘 인천시장은 유독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발언만을 비판하면서다. 이에 이학재 국민의힘 인천시당 위원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인천시장이 “쓰레기 매립지를 가지고 정치를 한다”고 반박하면서, 오로지 시정 현안과제로 접근해야 할 수도권매립지 문제가 내년에 치를 인천시장 선거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수도권매립지 문제에 대한) 인천시와의 협의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오세훈 후보와 인천시장은 서로 당이 다르기 때문에 아마 협상이 거의 안 될 것입니다”라고 했고, 오 후보는 “현재 서울 시내에는 쓰레기를 매립할 장소가 없다. 따라서 협의를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유력 주자 모두 서울에는 대체매립지 후보지가 없다는 전제여서 궁색한 해법이었다. 그런데 박 시장은 오 후보만을 특정해 공개 비판하면서 ‘선거 개입’ 논란을 자초했고, 환경부·서울시·경기도와의 4자 협의도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다는 책임까지 떠안게 됐다.

박 시장의 선거용 책임론은 ‘감염병 전문병원 인천 유치’ 실패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최근 ‘감염병 전문병원 인천 유치를 위한 긴급행동’은 ‘영종도 표심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서울대병원 영종 분원 유치’를 앞세우다가 감염병 전문병원 유치에 실패했다면서 박 시장의 책임을 물었다. 질병관리청의 공모 방식을 볼 때 공공의료기관인 ‘인천의료원’에 유치하고 ‘제2인천의료원’ 건립 의지를 밝혀야 했다는 거다. 책임론이 불거지자 박 시장은 제2의료원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민선7기 출범 때 제1호 공약이었던 제2의료원을 포기한 선례가 있어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이에 박 시장은 출구전략으로 영흥도 자체매립지 조성을 선결과제로 선정, 전력하고 있다. 수도권매립지 특별회계를 전용하여 부지 매입에 나서는 한편 제2영흥대교 건설을 약속했다. 하지만 영흥도 주민들은 최근 설문조사에서 89.5%가 자체매립지 조성을 반대한다고 답했다. 인천 인구의 0.2%가 살고 있는 영흥도에서 모든 인천 쓰레기를 묻는 게 박 시장의 ‘발생지 처리 원칙’이냐며, 유권자 수가 적다고 정치권이 벌인 선거 폭력이라고 비난한 거다. 결국 시정 현안과제가 선거용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박 시장 스스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시정과 선거가 뒤섞이면 그 피해는 온전히 시민 몫이기 때문이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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