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녹색경제, 친환경, 지속가능한 디자인에 대한 이슈는 생소한 것이 아닌 우리 주변의 생활 용어가 된지 오래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2020년 기후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2020년 1월은 1973년 이래 가장 기온이 높아 연평균기온 13.2℃로 역대 다섯번째로 높았다. 거기에 코로나19로 촉발된 배달음식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용기의 남용은 지구환경 파괴의 가속화 수준을 넘어 배달된 포장제의 수량을 보면 양심의 가책까지 느끼게 한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1995년 이후 폐기물의 종류, 성형에 맞는 처리 구조를 제도화하고 입법화해서 강제 규정에 따라 엄격한 분리배출을 한다. 우리나라도 2020년 12월25일부터 투명 페트병은 따로 분리배출해야 한다. 지난 2월부터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한 시범 사업은 이제 전국으로 확대한다. 그동안 폐페트병으로 만든 장섬유 및 의류는 전량 수입 폐페트병으로 제작했다. 그 양은 연 22만t에 이른다.
하지만 국내에서 페트병이 고품질로 재활용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투명한 페트병과 유색 페트병이 섞이는 데다 배출·회수 과정에서 이물질 등이 섞여 고품질 재생원료로 활용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투명 플라스틱 용기는 주로 음료용 용기에 많이 사용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라벨을 제거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1차적으로 페트병의 절취선을 찾기 어렵게 디자인했거나 타사제품보다 마케팅에 유리한 부분을 고려해 절취가 쉽지 않은 소재를 사용해 일부 소비자는 분리배출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은 제품의 디자인단계에서부터 분리배출이 용이하도록 생산해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도 디자인의 최종목표가 눈에 보이는 부분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디자인은 여유가 있을 때 고려하는 것이 아닌 제조의 전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디자인은 인간사회를 더 유익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있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좋은 대안을 제시했다. 결국 디자인이 이 사회를 좋은 환경으로 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을 때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디자이너의 무한 책임을 생각하게 된다.
송홍권 한국폴리텍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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