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몰이’ 1억대 아파트…늘어난 세금 부담에 새 투자처 급부상

정부가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강화하는 가운데 경기도내 1억원 이하(공시가격) 아파트로 ‘투기 수요’가 몰리고 있다.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는 다주택 기준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13일 본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조회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도내 1억원 이하 아파트의 거래량은 지난해(1월1일~4월12일) 1천759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2천275건으로 30% 증가했다. 다주택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경기도 소재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는 78만9천360가구로, 공시가격조사 대상(392만6천307가구) 중 20% 수준이다.

이처럼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의 거래가 급증하는 이유는 올해 6월부터 부동산 관련 세금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6월1일부터 다주택자의 종부세는 현행 0.6~3.2%에서 1.2~6%로,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세 중과세율이 10~20%p에서 20~30%p로 올라간다. 다만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는 과세 대상이 되는 다주택 기준에 포함되지 않아 세금 부담을 피해갈 수 있다.

지역별로 보면 시흥 풍림아이원 1차(공시가격 1억 이하ㆍ전용 27ㆍ33㎡ 기준)의 매매건수는 지난해 1~4월 100건에서 올해 175건으로 75% 늘었다. 공시가격이 1억원을 넘지 않는 평택 태평아파트(전용 60ㆍ70ㆍ85㎡)도 매매건수가 지난해 41건에서 올해 75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현재 거래 추세를 두고 봤을 때 이달 말까지 거래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지역 부동산업계의 전언이다.

역시 공시가격이 1억원 이하인 안성 주은풍림(전용 40ㆍ50ㆍ60㎡ 기준)은 매매건수가 지난해(1~4월) 84건에서 올해 130건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인근의 주은청설(전용 40ㆍ50ㆍ60㎡ 기준)은 지난달에만 70건의 매매가 이뤄졌다.

안성지역의 A공인중개사 대표는 “최근 들어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과도하게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며 “매물이 나오는 족족 거래가 체결돼 하루에 4~5건씩 매매가 이뤄지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로 투기 수요가 쏠리면서 해당 아파트들의 시세까지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4월 1억3천900만원에 매매됐던 시흥 풍림아이원(전용 33㎡)은 이달 1억6천6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평택 태평아파트(전용 60㎡) 역시 같은 기간 매매가격이 1억원에서 1억5천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이에 일각에서는 섣부른 부동산 정책이 오히려 서민들의 집값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정부가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고 세금을 올렸는데, 이로 인해 비교적 값이 싼 서민 아파트의 집값까지 끌어올리고 있다”며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다주택자들이기 때문에 양도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는 등 전반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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