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를 사랑한 헤밍웨이의 흔적을 찾아-
쿠바는 헤밍웨이와 땔 수 없는 인연이 있다. 그는 생전에 발표한 장편 소설 4편 중《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포함한 3편은 유럽을 배경으로 썼으나 《노인과 바다》는 쿠바 코히마르에 거주하며 카리브 바다를 배경으로 썼기 때문이다.
헤밍웨이가 플로리다 키웨스트에 머무를 때 바다낚시에 빠져 청새치를 낚기 위하여 1932년 쿠바를 찾았다. 카리브의 낭만적인 정취와 쿠바의 매력에 빠진 그는 2주 일정이었던 낚시여행을 2개월 연장했고 몇 년 후에는 아예 쿠바에 정착하기 위하여 1939년 이주했다.
처음엔 아바나 오비스포 거리에 있는 암보스 문도스 호텔에 머물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완성했다. 그러나 소설가이자 여행 작가인 세 번째 아내 마르타 겔혼은 호텔이 비좁아 창작이 어렵다고 불평하자 헤밍웨이는 ‘산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언덕에 15에이커의 ‘핀카 비히아’(망루 농장)를 잠시 빌려 사용하다 그해 사들였다. 그리고 그는 이 집에서 20년 넘는 세월을 보내며 창작 활동을 했다.
오늘 여정은 《노인과 바다》의 배경이 된 어촌 코히마르 해변과 그가 쿠바에 거주할 때 이 소설을 집필하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헤밍웨이박물관으로 변신한 핀카 비히아를 찾아 떠난다.
산타클라라에서 출발하여 코히마르로 가는 길에 쿠바 농촌 풍경을 마음껏 눈에 담는다. 오늘 하루 마음을 열고 느리지만 때 묻지 않은 카리브의 섬나라 풍경에 빠진다. 마침 말 수레를 타고 가는 현지인의 때 묻지 않은 모습에서 60년대 우리네 농촌 풍경이 오버랩 되어 스쳐 간다.
낡은 차는 파도에 리듬이라도 맞추듯이 좌우로 흔들리며 바다 갓길을 순풍에 돛을 달고 뱃놀이하듯 달린다. 그동안 살면서 때로는 침묵도 하였고 밀려드는 잡념 때문에 생각을 잠재우기 어려웠을 때도 많다. 하지만 오늘 이 순간은 멀리 창밖 풍경에 젖어 잡념에서 벗어나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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