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광교신도시 주민들이 10년간 기다려 온 송전탑 이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광교 해모로아파트(466가구) 주민들은 2011년 입주 당시부터 재산권 침해, 건강 위협 등을 이유로 송전탑 이설을 촉구하고 있다. 해당 단지 주변에는 송전탑 5기가 자리잡고 있으며, 반경 300m 내에 위치한 3기가 이설 대상이다. 가장 가까운 건 불과 160m(도보 2분 거리) 떨어져 있다.
광교신도시 사업 공동시행자인 경기도와 GH, 수원시 등은 2012년 2월 송전탑 3기와 154㎸ 고압 송전선로를 영통구 이의동 산 13-1 일원으로 이전하는 데 합의했다. GH는 공문을 통해 지난해 11월 착공을 예고했으며, 토지 보상 및 수용ㆍ재결 등 모든 사전절차까지 완료됐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주민 K씨(78)는 “열 살짜리 손자가 친구와 다투던 중 ‘송전탑 아파트 사니까 암이나 걸려라’라는 말을 듣고 왔다”며 “10년 동안 이런 고통 속에 살아온 주민들을 외면하는 GH에 화가 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주민들이 반발하자 GH는 용인시 주민들의 경관 저해 등 반대 민원을 해결하기 전까지 공사를 강행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해당 민원은 2011년 이설 촉구 당시부터 나왔던 터라 주민들은 GH가 이제 와서 돌연 입장을 바꾼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또 민원이 발생한 성복자이2차아파트 일대는 이설 예정지와 1.5㎞가량 떨어져 있다.
GH가 수원시 등과 개발이익금 분쟁을 벌이느라 주민들의 고통을 뒷전으로 미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모로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GH의 행동에 주민들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며 “개발이익금으로 다툴 시간에 광교신도시 주민들에게 한 약속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GH 관계자는 “관련 민원을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일정을 조율하게 된 것”이라며 “2주 내로 향후 계획을 마련해 주민들을 찾아가겠다”고 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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