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번째 부동산 대책… 세무사도 “양도세 헷갈려”

정부 수차례 세제 개편에 ‘혼란’... 전문가도 잘 몰라, 관련 문의 회피
시민들 “어디에 물어보나” 하소연, 국세청 책 베스트셀러 ‘웃픈 현실

“세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세무사들도 부동산세를 잘 모르겠다고 하는데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이유로 수십 차례 세제 개편을 추진하면서 시민들이 혼란에 휩싸였다. 집 한 채를 사고팔 때 집을 몇 채 소유하고 있는지,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오래 소유했는지 등에 따라 내야 할 세금 격차가 천차만별로 벌어지고 복잡해지면서 ‘세금 전문가’인 세무사들조차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20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된 부동산 관련 정책은 26차례에 달한다.

지난 2017년 6월 전매제한기간 강화, LTVㆍDTI 강화 등을 시작으로 올해 1월에는 양도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분양권 주택 수 포함, 1세대 1주택 비과세 보유기간 산정방식 등이 변경됐다. 오는 6월1일부터는 2년 미만 보유 및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세율이 인상된다.

이처럼 잦은 정책 변화로 일선 현장은 말 그대로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세금 계산이 어렵고 복잡해지면서 세무사들 사이에서는 ‘양포 세무사’(양도세를 포기한 세무사)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부동산 정책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급기야 부동산 전문 세무사들이 관련 문의를 아예 회피하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수원지역의 L 세무사무소 대표는 “부동산 관련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해결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상담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라며 “양도세가 경제 정책에 따라 변화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예측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고 꼬집었다.

용인지역의 부동산 전문 J 세무사 역시 “보통 부동산 세금 관련 문제로 다주택자들만 상담을 신청했는데 요즘은 1~2주택자들의 문의까지 쇄도하는 말도 안 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상담 과정에서 법이 애매한 부분이 있으면 국세청에 문의하지만, 답변까지 6개월~1년가량 소요되고 그 사이에 또 법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상담을 회피하게 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조차도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일반 시민들은 부동산 관련 법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하루에도 양도세 등 변경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문의가 수백건씩 쏟아지고 있다.

고양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주택 매매와 관련된 양도세 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세무사를 찾았지만 세무사도 잘 모른다고 했다”면서 “물어볼 곳도 없을뿐더러 모르면 고스란히 개인이 손해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호소했다.

이런 가운데 복잡한 부동산 관련 정책 탓에 정부에서 발간한 주택세 관련 서적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국세청과 행정안전부에서 공동발간한 ‘주택과 세금’은 지난달 말 기준 교보문고와 YES 24 등 주요 서점에서 종합 베스트셀러 1~3위에 등극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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