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소비기한제 도입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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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매장에서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유통기한’이다. 유통기한은 식품이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기한이다. 유통과정에서의 부패 위험 등을 고려해 섭취 가능 기한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책정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유통기한이 지나면 못 먹는 식품으로 알고 버리기 일쑤다. 유통기한이 지났어도 미개봉 상태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보관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을 섭취해도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기한이다. 일반적으로 유통기한은 식품을 섭취해도 안전한 전체 기간의 60~70% 안에서, 소비기한은 80~90% 선에서 결정된다.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은 식품에 따라 최소 20일에서 90일까지 차이 난다. 냉장 보관시 계란은 유통기한이 지나도 25일 전후까지 섭취할 수 있고 우유는 45일, 두부는 90일까지 섭취가 가능하다.

해외 주요 국가는 대부분 소비기한표시제를 도입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는 2016년 유통기한 삭제에 합의하고 2018년 소비기한 사용을 결정했다. 소비자에게 혼란을 주고 음식물쓰레기를 양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1년 유통기한을 삭제한 영국과 유럽연합(EU), 호주, 홍콩, 일본 등은 품질유지기한과 소비기한을 모두 사용한다.

우리도 환경·소비자단체들이 소비기한표시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소비자기후행동은 ‘앵그리푸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라면·우유·식용유 등이 담긴 ‘앵그리푸드 키트’를 국회의원과 유명 유튜버, 시민에게 전달하고 인증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게 하고 있다. 소비기한표시제 도입 지지 서명도 받고 있다. ‘앵그리푸드’는 소비가 가능한데도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지는 식품을 본 소비자들의 불만을 표현한 것이다.

유통기한이 소비기한으로 대체되면 식제품 수명이 크게 늘어난다. 우리나라에서 하루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만 1만5천여t에 달하고, 연간 처리비용이 약 2조원 든다고 한다. 또 처리와 부패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도 엄청나다. 소비기한제가 도입되면 마트나 식당에서 제품을 오래 보관할 수 있어 폐기량을 줄이고 경제적 가치를 끌어낼 수 있다. 소비기한표시제 도입을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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