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상 여우조연상 수상

▲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4)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이번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로스앤젤레스 로이터=연합뉴스
▲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4)이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이번 시상식에서 미국 독립 영화 ''미나리''의 순자 역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로스앤젤레스 로이터=연합뉴스

이변은 없었다. 74살의 노장 배우 윤여정이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2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과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의 주역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수상자 호명은 <미나리>의 제작사인 A24를 설립한 배우 브래드 피트가 직접 나섰다.

같은 부문에 마리아 바칼로바(보랏2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 아만다 사이프리드(맹크),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등 쟁쟁한 후보들이 올랐지만, 영예는 윤여정에 돌아갔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은 한국 영화계 102년 역사상 윤여정이 최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상 4관왕을 달성하는 대기록을 썼지만, 한국 배우가 연기상 부문 후보에 오른 적은 없었다.

< 사요나라>(1957)의 우메키 미요시 이후 64년 만에 두 번째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아시아 배우라는 기록도 세웠다. 우메키 미요시는 수상 당시 일본에서 미국으로 귀화한 상태였다.

윤여정의 수상은 일찍이 점쳐졌다. <미나리>는 지난해 초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여러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100여개의 상을 받았다. 이 가운데 30여개의 트로피는 윤여정이 올렸다. 한국 배우 최초로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SGA)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또 미국 독립영화 시상식인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 등 주요 비평가협회상 트로피를 싹쓸이해 오스카상 수상이 일찌감치 점쳐졌었다.

윤여정은 이날 시상식에서 “나는 경쟁을 믿지 않는다. 어떻게 내가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글렌 클로즈를 이길 수 있겠냐”라며 “다른 배우들보다 조금 더 운이 좋았을 뿐이다. 한국 배우에 대한 미국인들의 환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삭 정(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고 연출한 영화다.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로 윤여정은 딸 모니카(한예리)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아이들에게 화투를 가르치는 등 전형적인 할머니의 틀을 벗어난, 유쾌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연기로 호평받았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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