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을 위해 헌신하는 동화구연가가 되겠습니다”
이금자씨(65)는 자신의 핸드폰에 저장된 닭과 병아리 소품 사진을 보여줬다. 이윽고 어린이 말투로 “쥐가 달걀을 먹으려 하자 닭이 혼내주고 있어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소개가 늦었다. 이씨는 8년째 수원 지역 장애인시설, 유아교육시설 등에서 재능기부로 동화 구연을 하고 있다. 그가 다닌 시설만 총 80여곳으로 동화 구연 횟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4일에는 수원시 중앙도서관에서 온라인으로 인형극을 하기도 했다.
이씨가 청년 시절부터 동화 구연을 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를 다녔던 그는 퇴직 후인 지난 2013년 폐암 진단이라는 뜻하지 않은 소식을 접했다. “힘든 일 하지 마라”는 가족들 말에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다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이야기할머니’에 도전, 1년간 교육을 이수했다.
이후 이씨는 자택 근처 호매실도서관에서 김서연 사서와 인연을 맺게 됐다. 동화 구연에 자신이 있던 그는 봉사활동 뜻을 내비쳤고 8년째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동화 구연에는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다. 30대 초반 시절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3인 1조 등산 봉사활동 등으로 그들과 소통한 경험이 있어서다.
이씨는 “지난 2014년 한 장애인재활센터에서 동화구연가 13명이 활동했는데 4개월 뒤 남은 건 저 혼자였다. 일반 어린이보다 장애인들은 반응이 늦어 동화 구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면서도 “장애인들도 우리와 생각하는 게 똑같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들을 위해 헌신하는 이씨는 2년 전 수원시 한 공설유치원에서 지체 장애 아동에게 생각하지도 않은 말을 들으며 감동받기도 했다.
이씨는 “그 아이가 ‘할머니 보고 싶어서 의사선생님한테 주사 빨리 놓아달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며 “제 눈을 보면서 어눌한 말투로 말하는 모습에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자신처럼 장애인에게 한없이 사랑을 베푸는 동화구연가가 더 나타났으면 한다.
이씨는 “사람들이 장애인들에 대해 따가운 시선으로 보지 않았으면 한다”며 “사실 동화구연 자체가 돈이 안 되지만 장애인들을 우선으로 하는 동화구연가가 더 나와 그들과 함께 살았으면 한다. 앞으로 장애인이 불러주는 곳이면 언제든지 달려가 동화구연현 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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