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최악의 국제식량위기, 장단기 대책 수립해야

코로나 팬데믹 장기화는 전 세계, 선진국 후진국 가리지 않고 모든 국가에 재앙이 되고 있다. 지구촌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1억여 명 발생하면서 생존과 직결되는 최악의 국제적 식량위기 경고도 현실화되었다.

지난 5일, WFP(세계식량계획), FAO(유엔식량농업기구) 등 국제기관이 분쟁과 코로나19 감염확산으로 식량이 부족한 사람이 전년보다 2천만여 명 늘었다고 주장했다. 이들 중 66%에 해당하는 1억300만 명은, 내전과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예멘과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콩고민주공화국 등 10개국에 집중돼 있다. 매년 식량 100만t 이상을 외부에서 보충해야 하는 북한이 코로나 봉쇄와 풍수해 등으로 ‘보릿고개’를 앞두고 주민 10명 가운데 6명이 식량 부족 상태라는 미국 정부 기관의 조사 결과는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식량 기근이 시시각각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1961년 설립돼 작년 노벨평화상 주인공이 됐던 WFP와 FAO, WTO 등 15개 인도주의·개발협력 기관 등 국제기관도 지난해 9월 공동 발간한 「2020년 글로벌 식량위기 보고서」에서 세계식량부족 인구가 2019년 말 1억3천만 명에서 2020년 말 2억 7천만 명으로 코로나19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산량 감소 등으로 1위 쌀 수출국 인도와 3위 베트남의 쌀 수출 제한, 주요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카자흐스탄도 수출 중단을 선언하는 등 공급 제한 우려도 현실화되었다. 기온상승, 물 부족 등 이상기후현상 심화, 식량자원 민족주의 대두 등 글로벌 식량위기 사태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도 식량 수급 위기가 가시화된 것은 아니지만, 식량 전쟁이 가속화되면서 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일반 물가 급등현상을 말하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본격화 우려가 제기된다. 식량은 수요가 줄지 않는 만큼 물가 상승에 민감한 곡물 수입국인 우리도 WFP의 식량위기 경고에 적극 대비해야겠다. 국내 쌀 재고가 정부분 110만t, 민간분 89만t 등으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시나리오별 장단기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8년 기준 곡물 자급률은 콩 25.4%, 옥수수 3.3%, 밀 1.2%로 사료용을 더한 자급률은 밀과 옥수수가 각각 0.7%에 불과,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곡물자급률을 보면 2018년 기준 호주 289%, 캐나다 177.8%, 미국 125%, 중국 100%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는 최하위 수준으로 곡물자급률이 21% 미만이다. 쌀을 제외할 경우 식량자급률은 10.1%로 추락한 상황이며, 연간 1천600만t 이상을 외국으로부터 사들이는 세계 5대 식량수입국이자 식량위기에 아주 취약한 곡물 수입구조로 식량안보차원 대책이 시급하다.

박종렬 가천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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