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변사 사건을 처리하는 경찰관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참혹한 장면을 목격한 뒤 겪는 트라우마에 대한 일종의 보상 제도다.
경찰청은 변사 사건 처리에 따른 수당 지급을 검토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관련 수당은 3~5만원선으로 전해졌으며, 가책정 단계를 앞두고 있다. 인사혁신처의 수용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경찰이 수당을 지급하려는 이유는 변사를 처리한 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인력이 늘고, 지역 경찰(지구대ㆍ파출소)이나 형사과 등 관련 부서를 기피하는 경향까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 6월 경기지역에서 근무하던 한 순경이 변사 처리 과정에서 얻은 충격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고, 서울에서는 부패한 시신의 악취로 3개월 넘게 위경련을 겪은 사례도 나왔다.
경찰은 직무 특성상 살인ㆍ자해ㆍ성폭력 등 참혹한 사건 현장을 수시로 목격한다. 하루에도 수십건씩 발생하는 변사 사건이 단연 대표적이다.
지난 2019년 한 해 동안 경기남부경찰청이 처리한 변사 사건은 자연사로 결론난 1천408건을 포함, 5천303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시신 15구에 대한 감식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날도 이른 새벽 수원 서호저수지에서 5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 내부에선 수당 지급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본질적인 스트레스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년 이상의 형사 경력을 가진 A 경감은 “사명감을 갖고 일해도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고 아무렇지 않을 사람은 없다”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현재 경찰의 정신 상담ㆍ치료는 ‘마음동행센터’에서 담당한다.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전국에 18곳 설치됐다. 경기도에는 수원, 고양 단 2곳 뿐이라 접근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또 전문상담 인력도 센터당 1~2명에 불과한 탓에 연 평균 2천건씩 늘어나는 상담 수요를 감당하기엔 부족함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서도 경찰 직군을 스트레스 고위험군으로 지정하고 있는 만큼 지원 제도 마련에 대해 다각도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수당 지급 뿐만 아니라 마음동행센터 상담 인력 확충 등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휘모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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