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동간 거리 규정 완화가 입법 예고됐다. 동간 이격 거리를 지금보다 좁혀주는 개정이다. 시민들의 반대가 계속되고 있다. 고밀도 개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고, 사생활 침해 등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열심히 해명하고 있다. 다양한 건물 외관 디자인을 구현하려는 도시 미관적 접근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반대 의견을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미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가 늘고 있다.
현행 규정과 개정안을 비교하면 이렇다. 현재 아파트 동간 거리는 낮은 건물 높이의 0.5배 또는 후면 높은 건물 높이의 0.4배 중 큰 거리로 정해졌다. 예컨대 전면 낮은 건물 높이가 30m, 후면 높은 건물 높이가 80m라면 현행 기준은 상대적으로 동간 간격이 큰 32m(높은 건물 높이의 0.4배)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법이 바뀌면 두 건물 거리를 15m(낮은 건물 높이의 0.5배)까지 좁힐 수 있다. ‘최소 10m 이상 유지’라는 단서는 붙었다.
정부가 말하는 개정의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건물 외관 디자인 구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현행 규정을 유지하면 아파트 내 모든 건물의 높이가 엇비슷하거나 똑같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다. 후면 조망이 좋으면 계단식으로 짓고, 도로변에는 너무 높지 않은 건물을 배치하는 등 배려가 어렵다. 이런 한계를 감안한 큰 틀에서의 개정이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현재 운용을 봐도 그렇다. 현재도 이 논리가 적용되는 지역은 있다. 동간 거리 등 건축법을 완화해서 다양한 층고를 구현한 특별건축구역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 23곳, 세종 22곳, 경기 7곳, 부산 3곳 등 총 55개 사업장이 이렇다. 반포주공 1단지 1·2·4지구 재건축,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등 국내 최대규모 정비사업장을 비롯해 경기 화성 동탄2지구, 세종 2-2, 3-2 생활권, 부산 초량2구역 재개발 등 주요 사업지가 여기 포함됐다.
우연의 일치인가. 공교롭게도 고밀도 개발이 필요한 지역이 대부분이다. 이들 지역만 전ㆍ후면 경관이 빼어나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 되레 시골ㆍ산간 지역의 그것이 더 좋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특별건축 지정은 대규모 토목 정리가 이뤄진 위의 지역들이다. 고밀도 개발을 위한 개정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도시설계가 아니라 부동산 정책 아니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나쁜 법 개정은 왜 바꾸는지 설명 안 되는 개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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