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와 옹진군이 섬지역에 사는 장애인 등 교통취약계층의 편의를 위해 도입한 ‘100원 행복택시’ 사업이 백령도와 대청도에서 외면당하고 있다. 이들 섬지역에서는 손님을 태우려 빈 차로 이동하는 공차 거리에 대한 부담으로 택시기사들이 행복택시의 운행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시와 옹진군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 3월 군의 택시요금 확정안 공고에 맞춰 백령도, 대청도, 덕적도, 영흥도 등 섬지역 4곳에서 행복택시를 운행한다고 발표했다. 행복택시는 장애인과 노인 등 교통취약계층이 택시기사에게 전화(콜)를 걸어 택시를 부르면 군이 배부한 이용권과 100원의 요금만으로도 원하는 목적지까지 택시를 탈 수 있는 사업이다. 나머지 이용요금에 대해서는 국비와 시·군비로 이뤄진 보조금이 택시기사에게 주어진다.
그러나 시의 발표와 달리 백령도와 대청도에서 행복택시 운행에 따른 보조금 집행 사례는 군의 택시요금 확정안 공고 이후로 2개월이 지나도록 전무하다. 같은 기간에 이들 섬지역의 택시기사가 행복택시를 운행하거나 교통취약계층이 행복택시를 이용한 사례 역시 없다.
이들 섬지역의 택시기사들은 공차 거리 등을 고려한 추가요금이 군의 택시요금 확정안에 담기지 않은 것을 문제로 삼아 행복택시의 운행을 거부하고 있다. 군은 택시요금 확정안을 공고하면서 기본요금(2㎞)을 1천900원에서 3천800원으로, 거리요금을 210m당 100원에서 100m당 100원 등으로 조정했을 뿐이다.
이에 따라 백령도선착장이 있는 진촌리에 항상 대기하던 택시기사는 연화1리에서 4㎞가량 떨어진 두문진을 가려는 교통취약계층을 태우면 다시 진촌리로 돌아올 때까지 왕복 21㎞를 공차 거리로 손해를 보면서 다녀야 한다.
택시기사 A씨는 “지금 요금체계로 하면 기름값도 안 나올 것이 뻔한데, 이를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당초 (군에)어느정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는데,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강행했다”고 했다.
시와 군은 교통취약계층의 이동이 빈번하지 않은 섬지역의 특성 등을 강조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이들 섬지역의 택시기사들은 콜에 따른 공차 거리별 추가요금부터 반영해 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와 군이 앞으로 택시기사들을 설득하지 못하면 2023년 3월까지 이들 섬지역에서는 행복택시를 찾아볼 수 없을 전망이다. 관련법에 따라 택시요금은 의무적으로 2년마다 조정·확정할 수 있다. 이미 시에서는 2년 뒤에나 이들 섬지역에서 행복택시 사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콜에 따른 공차 거리별 추가요금을 적용하면 주민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택시요금을 인상하는 내용으로 이번 택시요금 확정안을 공고했다”고 했다. 이어 “현재는 콜에 따른 공차 거리별 추가요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2년 뒤 택시요금을 다시 조정·확정하기 전에도 이들 섬지역에 행복택시가 다닐 수 있도록 택시기사들을 계속 설득하겠다”고 했다.
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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