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해당 농장은 물론 인근 농장의 가축에 대해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진다. 살아있는 가축을 땅에 그냥 묻어 버리기도 하고, 닭의 경우 파쇄기에 넣기도 한다. 잔인하고 비윤리적이다.
가축 전염병 발생에 따른 예방적 살처분 조치는 축산농가에 엄청난 물적ㆍ정신적 피해를 입힌다. 경기도내에서 지난해 12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올해 2월까지 1천400만여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 하는 등 3개월간 1천억원 넘는 피해를 입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나 구제역 등이 발생했을 때도 피해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거의 매년 발생하는 가축 전염병을 예방하고, 극단적 살처분을 막기 위해서는 축산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본보는 지난 3, 4월 집중취재를 통해 가축 전염병 발생 시 이뤄지는 살처분 작업과 관련해 일부 업체와 공직자가 유착 관계를 맺고 있는 의혹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처참한 가축 살처분 현장과 실태도 고발했다.
이는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살처분 및 매몰지 복원 관련 불공정 관행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하도록 했다. 또 도내 31개 시ㆍ군을 대상으로 부정부패 사례 확인을 위한 전수조사 및 특정감사 추진을 유도했다. 동물보호 인식을 고취하기 위해 ‘살처분’이란 용어를 ‘안락사 처분’으로 순화하는 행정절차에 나서는 계기도 마련했다.
이번엔 경기도의회가 나섰다. 김인순 도의원(민주당ㆍ화성1)이 가축전염병 발생농장 반경 3㎞ 이내에 위치한 농장의 무분별한 살처분을 막는 ‘경기도 동물복지축산농장 육성 및 지원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조례안은 동물복지축산농장이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 대상에 포함될 경우 경기도가축방역심의회가 살처분 제외 여부 논의 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정부에 살처분 철회를 건의해 구제하는 방안이다.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제도는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ㆍ돼지ㆍ닭 등에 대해 국가가 인증하는 제도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관리, 사육시설, 청소 및 소독 등 엄격한 심사 기준을 통과해야 인증 받을 수 있어 가축 전염병에 잘 걸리지 않았다. 실제 친환경 농법으로 3만7천마리의 산란닭을 키운 화성 산안농장은 지난 1984년부터 37년간 AI가 한번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에 입법 예고된 조례안이 통과되면, 동물복지축산농장의 살처분 제외 등으로 축산농가의 경제적ㆍ정신적 피해 등 유ㆍ무형 손실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축산시스템의 새로운 모델로 자리매김, 향후 전국으로 확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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