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탄소 중립, 선언과 실천의 간극

지난 24일 전국의 모든 지자체(243개)가 ‘2050 탄소중립 달성’ 선언식을 진행했다. 지난해 6월5일 전국의 226개 기초지방정부 ‘기후위기 비상사태 선언’ 이후 다시 한 번 지방정부의 실천을 강화할 것을 약속한 것이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2021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면서 직접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공공기관들과 포스코를 비롯한 우리나라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책임이 막중한 대기업들도 탄소중립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1.5도 특별보고서’(2018.10.)는 기후위기에 대한 특별한 경고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제한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2050년까지 배출과 흡수가 완전히 상쇄되는 넷제로(Net-Zero) 상태, 즉 탄소중립을 달성해야만 한다. 보고서는 1.5도 한계선을 인류문명의 지속 가능한 생존한계선으로 표시하고 있다. 각 나라 정부가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스스로 내놓은 온실가스 배출저감 약속을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않을 때 맞게 될 파국을 경고하고 있다.

많은 경고신호와 훨씬 긴박하지 않은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지나 보냈다. ‘기후재앙’이라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위기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유럽연합, 중국, 일본, 미국 등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 선언과 함께 탄소 국경조정세, RE100 등은 새로운 무역규제로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배출한계 ‘탄소예산’은 더욱 줄어들었고 파국의 시점도 앞당겨졌다. 유럽연합, 미국, 영국 등은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법에도 구체적인 수치를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지난 정부들의 달성하지 못한 목표에 머물러 있다.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의 80%를 화석연료를 태워서 사용한다. 2017년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위, OECD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2천만t(2018년)이다. 그중 경기도 배출량은 1억3천만t(2018)으로 전국 1위(17.9%)다. 2030년까지 절반을 줄여야 하지만 우리 정부는 감축 목표를 상향하기는커녕 기존의 성장·개발정책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척과 강릉에 석탄발전소 건설은 계속되고 가덕도, 새만금 등 신규 공항 건설도 추진한다. ‘무착륙 해외관광’을 확대하고 예비타당성 면제도 남발하고 있다. 겉으로는 센 말로 위기를 선언하지만, 실제 행동은 우선순위가 아니다.

경기도 온실가스 배출은 지난 14년간(2005~18년) 연평균 3.2%씩 전국(2%)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감축 목표도 계획으로만 있을 뿐이다. 관련 조례도 제정되지 않았다. 탈석탄 국제동맹 가입, 탈석탄 금고 선언, 경기도 그린뉴딜 발표, 탄소중립지방정부실천연대 가입 등이 연달았지만 예산과 인력, 실행체계에서는 구체적인 의지를 발견하기 어렵다. 이 와중에 경기도의회는 탈석탄 금고 조례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결론적으로 압도적 의석수를 차지한 집권 여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국가의 축소판이며 온실가스 배출마저 1위인 경기도의 도지사가,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관심과 실천 의지가 없다면 본인에게나 국민에게나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공정한 성장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당장 선언한 대로 실천에 나서야 한다.

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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