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서 빚 갚는다”…벼랑 끝 몰린 道 소상공인

3월말 기준 가계 빚(신용) 1천765조원…2003년 이후 최대

경기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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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경기도내 소상공인들이 ‘가계 빚’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빚을 갚기 위해 또 다시 빚을 내는 상황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 결과,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천765조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후 경영과 생계를 위해 대출을 늘리는 소상공인이 늘어나며,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로 경기지역 상권에서 만난 다수의 소상공인은 늘어나는 빚더미에 부담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경기 침체에 코로나까지 겹쳐 매출 급감에 따른 경영 악화로 빚에 빚이 쌓여 결국 도산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평택시에서 노래주점을 운영하는 A씨(58)는 채무 상환은커녕 늘어나는 빚 때문에 허리가 휜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1천만원의 빚이 전부였던 A씨는 불과 1년여 만에 대출원금이 4천여만원으로 4배가량 늘었다. 코로나 이전 월평균 800만원의 매출을 올렸던 그는 임대료와 음향설비, 인건비, 대출이자 등을 내고 남은 350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A씨의 업종이 집합금지시설에 포함돼 장기간 영업을 하지 못하며 큰 어려움이 찾아왔다.

A씨는 “매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영업하고 있지만, 손님이 들어오지 않을 때가 많아 절벽 끝에 서 있는 기분”이라며 “월세는 내야 하고, 또 생활도 해야 해서 빚을 더 지고 있다”고 푸념했다.

지난 2017년 은행 대출 등 1억원을 투자해 성남시 분당구에 작은 카페를 차린 B씨(40)는 최근 금융사별 대출 상품을 알아보고 있다. 월평균 7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대출원금을 상환하던 B씨는 코로나 이후 매출이 70% 가까이 줄며 직격탄을 맞았다. B씨는 “곧 있으면 대출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야 하는데 정말 돈이 없다. 1금융권도 한계에 도달해 2금융권을 알아보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소상공인들의 악순환이 이어지자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정부와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대면 시대로 전환되는 지금, 다양한 업종의 소상공인이 각자에게 맞는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라며 “정부가 금융기관과 협력해 직업 훈련, 정보 제공, 대출 규제 등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 정책을 보여준다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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