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오는 방학 해외입국자, ‘가족과 어깨동무부터’ , 방역 수칙 ‘구멍’

해외 대학들의 여름방학이 시작하면서 유학생 해외입국자가 인천국제공항으로 밀려오고 있지만, 입국장에서 가족과 포옹부터 하는 등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지자체 전담공무원을 위한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모니터링 지침’ 등에 따르면 해외입국자가 공항에서 자차로 이동할 때는 맞이객과 악수 등의 신체접촉을 피하고, 운전자의 대각선 뒷좌석에 앉아야 한다. 맞이객은 1명이 오는 것을 권고하고, 차량 내부에선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시로 창문을 열어 환기하며 이동해야 한다.

해외입국자는 의무적으로 2주간 자가격리해야 하기 때문에 공항에서 나와 격리시설로 이동할 때 맞이객과의 철저한 분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날 오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선 이 같은 방역수칙을 지키는 입국자를 찾기 어렵다.

해외입국자들이 모이는 12번 게이트.

프랑크푸르트에서 온 한 남성이 공항 직원에게 자차를 이용해 가겠다고 하자, 직원이 남성을 데리러 온 맞이객을 확인한 뒤 내보낸다. 방역지침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 남성은 12번 게이트를 나서자마자 형과 어깨동무를 하고, 어머니와 포옹하며 안부 인사를 한다. 짐을 실은 카트도 번갈아 밀면서 지하주차장에 도착하자 차량 조수석에 앉아 공항을 나선다.

어머니가 마중나온 한 여성 입국자도 어머니와 차 트렁크에 짐을 실은 뒤 조수석에 올라탄다. 부모가 맞이객으로 온 다른 여성 입국자는 어머니의 팔짱을 끼는가 하면, 여행가방을 열어 함께 물건을 찾기도 한다. 이 같은 행동은 모두 방역지침에 맞지 않지만, 이를 제지하거나 지침을 안내하는 직원은 없다.

칭다오에서 온 유학생 A씨(22)는 “부모님이 데리러 오셨는데 보호자가 1명만 와야 한다는 안내는 받은 적 없다”고 했다. 이어 “입국장에서는 직원이 어디로 가는지, 뭘 타고 가는지만 물어봤다. 방역지침이 있는지 몰랐다”고 했다.

최근 입국 후 이동할 때 차량 등에서 전파한 사례가 늘고 있지만, 정작 공항에선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아 무방비다.

중대본 관계자는 “관계기관과 논의해 검역소에서 자가격리 생활수칙 안내문 등을 나눠줄 때 이동교통편에 대한 구두 안내도 명확히 해 입국자들에게 각인시킬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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