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갯불’ 경로당 개방 첫날, 준비부족으로 대부분 문 못 열어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폐쇄했던 경로당 등 노인시설에 대한 이용을 조건부로 허가한 1일 오후 문이 굳게 닫힌 인천 미추홀구 문학동의 한 경로당 앞에서 어르신들이 모여 앉아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김보람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폐쇄했던 경로당 등 노인시설에 대한 이용을 조건부로 허가한 1일 오후 문이 굳게 닫힌 인천 미추홀구 문학동의 한 경로당 앞에서 어르신들이 모여 앉아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김보람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여파로 폐쇄했던 경로당 등 노인시설에 대한 이용을 허가한 첫날, 인천지역 경로당 대부분이 문을 굳게 닫았다. 정부의 발표를 믿고 경로당을 찾은 노인들은 아쉬움을 안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도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백신 접종자의 일상 회복 지원을 위한 인센티브로 경로당 등 노인복지시설 이용을 허가했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정부가 공식 발표를 하고, 기초단체에는 이날에서야 관련 공문이 내려오면서 연수구를 제외한 기초단체들이 문을 열지 못했다.

이날 오후 3시께 미추홀구 A경로당 입구에는 ‘임시 휴관’을 알리는 안내문과 코로나19 방역수칙 안내문이 붙어있다. 일부 노인은 경로당 문이 닫힌 것을 확인하고 발길을 돌린다. 오랜만에 외출이 아쉬운 노인 7명은 경로당 앞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B씨(80)는 “경로당 문이 열지 않아 이렇게라도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며 “다른 곳은 문을 열었다고 하는데, 미추홀구는 아직 이야기가 없다”고 했다. 이어 “하루 빨리 문을 열어 자유롭게 이웃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같은 날 오전 서구의 C경로당 앞도 마찬가지다. 경로당 앞에 도착한 노인이 폐쇄 안내문과 함께 굳게 닫힌 경로당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발걸음을 돌린다.

D씨(79)는 “다른 곳이 문을 열었다는 뉴스가 나와서 우리도 열었을 줄 알고 왔는데, 아무도 없는 것 같다”며 “언제 될 지 모르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 같은 모습을 지켜본 시민 E씨(52)는 “어르신들이 코로나19로 이중고를 겪는 것 같다”며 “얼른 코로나19가 종식되길 바란다”고 했다.

일부 기초단체에는 민원 전화가 쏟아지기도 했다.

한 구의 노인정책팀 관계자는 “세부 지침이 없어 백신접종 어르신과 미접종 어르신을 구분할 수 없다고 판단, 문을 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경로당 열기만 기다렸던 어르신들이 전화해서 속상해 하시는데, 안타까웠다”고 했다.

인천시는 2일 오후 각 기초단체 관련 부서 관계자들과 모여 세부지침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지침이 지난달 31일에 나와 세부 지침을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이어 “2일까지 운영지침을 만들고 기초단체에 전달해 이른 시일 내에 어르신들이 경로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강우진·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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