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아동양육시설(보육원)이 다음달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을 앞두고 추가 인력을 구하지 못해 근로기준법 위반 시설로 전락할 위기다.
1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라 다음달 1일부터 50인 미만 보육원의 종전 2교대 운영을 최소 3교대 이상으로 전환토록 지침을 정했다. 현재 지역 내 50인 미만 보육원은 모두 8곳으로 생활지도원 176명이 근무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 생활지도원은 지금보다 94명이 더 많은 270명까지 늘려야 한다.
하지만 보육원들은 1개월 내 필요인력을 모두 채우기 불가능한 상태다. 많은 보육원이 현재의 법정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는 데다, 열악한 업무 환경을 기피하는 현상으로 구인 공고를 내더라도 지원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구 영종도에 있는 A보육원은 섬지역이라는 교통 여건상 지금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아예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에 따른 인력 충원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A보육원의 현원은 정원 16명 대비 4명이 부족한 12명이다. 여기에 이달 중에 13명의 생활지도원을 추가로 뽑아야 한다.
A보육원 관계자는 “1년 가까이 지원자가 없는데 어떻게 1개월 만에 지금보다 더 많은 인원을 뽑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사실상 인력 충원은 포기 상태여서 다음달엔 법을 위반하는 시설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추홀구에 있는 B보육원도 상황은 같다. 보육원 시설 규모 등에 따라 생활지도원이 21명이 정원이지만, 현재 19명만 근무중이며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라 이달 중으로 12명을 더 채용해야 한다. B보육원 관계자는 “생활지도원은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의 생활 전반을 책임져야 하는 반면 이에 대한 보호나 보상은 거의 받지 못해 희망자가 적다”고 했다. 이어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해도 인력 자체가 없으니 결국 종전 인력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행 근로기준법 개정안에서는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도록 명시하고 있다. 자칫하면 인력 모집에 실패한 인천지역 보육원 대부분이 다음달부터 근로기준법 위반 시설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시는 이번 보육원 인력 충원을 위해 올해 본예산에 17억원을 반영한 상태지만, 정작 보육원들이 생활지도원 채용 등을 하지 못하면 무용지물로 전락할 위기다.
특히 부평구 등의 보육원은 생활지도원이 인천보다 상대적으로 처우가 더 나은 서울시·경기도로 이직하는 등 인력 유출도 심각하다. 인천은 법정 기본급과 연장근로수당만 받을 수 있지만, 서울이나 경기는 야간근로수당과 급식·교통비 등을 별도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또 인천의 보육원들은 연장근로수당을 30시간만 인정해 타 지역 40시간보다 10시간이 적다.
시 관계자는 “보육원의 생활지도원들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모두 해결하지 못하다보니 이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생활지도원의 타지역 유출을 최소화하고 인력 충원을 할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조윤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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