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부진씻고 150㎞대 강속구 뿌려대며 기량 입증
“날씨가 더워지면서 구위가 오르고 있고, 몸에 이상 징후도 없어 듬직합니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31)가 시즌 초반 부진을 씻고 최근 연일 호투를 펼쳐 구단 관계자들을 미소짓게 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출신 폰트는 최고구속 160㎞에 이르는 강속구와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이 주 무기인 우완투수다. SSG는 지난해 전신 SK가 닉 킹엄의 부상과 리카르도 핀토의 부진으로 9위로 추락한 아픔이 있어 올해 폰트를 영입해 마운드 전력 강화를 꾀했다.
폰트는 지난 2월 제주 스프링캠프 때 불펜피칭에서 코칭스태프의 탄성을 자아내게 했었다. 당시 김원형 SSG 감독은 “국내 선수들보다 구위가 한 수 위”라며 “일반적인 히스패닉계 선수들과 달리 성격도 차분해 안정감이 느껴진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시범경기 막판 어깨 불편함을 호소하며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돼 불안감을 자아냈다. 결국 개막 후 4월 한 달간 18이닝 평균자책점 5.00으로 부진했다. 더욱이 4월 마지막 등판인 30일 두산전에서는 경기 직전 목 부위 담 증세로 등판을 걸러 올해도 용병 잔혹사를 이어가는 듯 했다.
폰트는 5월 들어 반전에 성공했다. 13일 롯데전에서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를 기록하는 등 한 달간 19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32로 안정을 찾아갔다. 이어 지난 1일 삼성전에서 7이닝동안 탈삼진 9개를 솎아내며 무실점을 기록하는 공격적인 피칭을 펼쳐 향후 전망을 밝혔다.
폰트의 장점은 빠른 공을 살린 탈삼진 능력과 이닝이팅이다. 4월7일 한화와의 데뷔전에서 2이닝 4실점으로 조기 강판된 경기를 제외하곤 매 경기 5이닝 이상을 투구했다. 여기에 매 이닝 1개 이상의 탈삼진을 잡아내면서도 삼진 대 볼넷 비율이 3대1에 이른다. SSG로선 그동안 기다린 보람을 톡톡히 맛보고 있다.
폰트는 최근 속구 평균구속이 150㎞를 상회하고 있다. 컨디션이 나빴던 4월 막판 평균구속이 146~147㎞대까지 내려갔지만 다시 구위를 되찾았다. 여기에 시즌 초반 주 무기인 포크볼이 통하지 않자 슬라이더와 커브 중심 투구로 선회하는 등 타자 상대 요령도 좋아졌다.
SSG는 에이스 박종훈이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고 외국인 투수 아티 르위키도 가슴 근육 파열로 4주 간 자리를 비운다. 폰트가 문승원, 오원석, 정수민 등 토종 선발들과 함께 팀의 선두 자리를 지켜야 할 책임을 떠안게 돼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지만 그는 위력투로 이에 보답하고 있다.
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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