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 확산세 속 농축수산물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경기도내 외식업계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식자재값은 계속 오르고 있지만, 손님이 끊길 우려에 음식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6일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1년 전보다 2.1% 상승했다. 반면 외식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되는 농축수산물 가격은 작황 부진과 AI 여파에 12.1% 오르며 두 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재료값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원재료값이 상승해도 음식값을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데,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 손님이 끊겨 매출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외식업계의 불안감 때문이다.
수원에서 3년째 덮밥집을 운영 중인 A씨(35)는 코로나19를 간신히 버텨내며 매출을 유지했지만 최근 식자재 가격이 급격히 올라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덮밥집에서 사용해야 하는 계란, 대파, 돼지고기, 쌀, 고춧가루, 마늘 등 주요 식자재값의 급격히 상승해 이를 충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만 ‘있던 손님마저 끊길까’하는 걱정에 당분간은 피해를 감수할 계획이다.
치솟는 재료값을 감당하지 못해 가격을 인상하자, 매출감소로 이어졌다는 식당도 있다.
2019년 10월 이천에서 백반집 문을 연 B씨(54)는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식자재값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모든 메뉴를 1천원씩 인상했다. 이후 식당을 방문한 손님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B씨는 “일부 손님들은 물가가 올랐으니 음식가격을 인상해도 된다고 했지만 가격 인상 후 일부 단골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오히려 매출이 감소했다”며 “식재료값이 부담스러워 다시 가격을 낮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외식 물가가 치솟지 않게 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식자재값 폭등으로 음식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만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위기”라며 “버팀목자금 등 지원금 대책도 중요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방안보다는 외식 물가가 치솟지 않게 할 수 있는 선제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수진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