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아이고.”
7일 오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내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건설현장 앞 3번 게이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차량에 달린 확성기에서 상여를 옮길 때 내는 곡소리가 흘러나온다. 공사장 입구에는 ‘조합원 총단결로 반드시 승리한다’, ‘과적은 살인이다’라고 적힌 약 4m 높이의 알록달록한 깃발 8개가 펄럭인다. 입구에 정차해있는 5대의 승합차 중 2대에는 각각 확성기가 2개씩 달려 있고, 쉬지 않고 곡소리가 울려퍼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 A씨는 “사무실 안에 있어도 소리가 크게 울려 머리가 빙빙 도는 것 같다”며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아이고, 아이고’ 하는데 어떻게 정신이 멀쩡하겠느냐”고 했다.
이 같은 곡소리는 매일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인근 아파트 단지와 유치원까지 울려 퍼지고 있다. 주말도 예외는 아니다.
건설현장에서 400여m 거리에 있는 송도베르디움 더퍼스트 아파트 주민들은 연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4일엔 주민들과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건설노조 조합원을 만나 자제를 요청했지만, 달라진 건 없다.
40대 주민 B씨는 “직장에서 교대근무를 해 오전 9시에 자야 하는데, 꼭 장례식장에 와 있는 것 같아 잘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중 1, 중3 자녀들이 무섭다고 아침마다 안방으로 오는데 장송곡을 트는 건 너무하지 않느냐”며 “조합원들은 위법한 게 없다고 하는데, 경찰만 없으면 소리를 더 크게 틀어 미칠 지경”이라고 했다.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한국노총 건설노조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2번, 3번 게이트 앞에 집회신고를 한 상태다. 주민 신고가 쏟아지면서 경찰은 1일 10여차례 소음을 측정하고 있지만, 측정 때만 소리를 줄여 소음 기준을 넘어서지 않으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가 현장에 갔을 때 소리를 줄이거나 해서 소음기준을 넘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현장에서 항타기와 타워크레인 등 기계를 운반하는데 적정량인 100t을 넘겨 140t 정도의 과적을 하고 있어 적법하게 하라고 시위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노래 종류와 소리 역시 법 기준에 맞게 하고 있다”며 “항타기와 타워크레인을 빼면 철수할 것”이라고 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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