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배달 플랫폼에 올라온 불만 고객의 리뷰와 업주들의 막말 대응이 논란이 됐다. ‘후두염이 심해 죽 시켰어요. 쏘쏘에요~’라는 고객의 리뷰에 업주가 답했다. ‘16시간 일해가면서 만들어요. 쏘쏘라고 하실 거면 다른 데 가서 시켜 드세요…. 아프신 거 안 나으셨으면 좋겠네요.’
업주들에게 고객들의 악성리뷰는 공포의 대상이다. 신규 고객 유입에 높은 평점과 긍정적 리뷰보다 더 중요한 게 없고 악성 리뷰 몇 개로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조사결과 고객들은 배달앱으로 식당을 고를 때 리뷰와 평점을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주들이 평점이나 리뷰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악플을 남기는 블랙컨슈머들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억울하고 화가 나더라도 감정적 대응은 자제해야 한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너 아니면 장사 못하랴’하는 생각으로 감정적인 대응을 하면 그 고객 한 명을 잃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화가 풀리지 않은 불만고객은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수많은 잠재 고객들에게 소문을 내고 다닐 것이며 업주의 막말 댓글을 본 고객이 수도 없이 떨어져 나간다. SNS를 즐기는 고객이라면 문제는 더욱더 심각해진다.
일본의 인터넷리서치 회사 인포플란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불만을 느껴 그 음식점에 가지 않는 경우가 있냐’는 질문에 90%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클레임을 걸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그 음식점에 대해 나쁘게 말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92%의 사람들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사람들은 모두 달라서 모든 고객을 100%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제품과 서비스란 없다. 그래서 어떤 경우든 불만고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불만고객을 양산할 수도 있고, 수많은 잠재고객에게 입소문을 내주는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도 있다. 불만고객을 줄이고 충성고객을 늘리려면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감성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감정’과 ‘감성’은 한 획 차이지만, 그 의미는 천지차이처럼 크다. 감정(感情)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현상이나 일에 대해 일어나는 마음이나 느끼는 기분’이다. 감성(感性)은 ‘자극이나 자극의 변화를 느끼는 성질’이다. 그러므로 감정적인 대응을 하는 업주는 자신의 느낌이나 기분에 초점을 맞춘다. 고객들과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반면 감성적인 업주는 고객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고객으로서 공감이 가능하고 불만고객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다.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감성적인 대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멈추고 생각할 시간을 갖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생각으로 맞대응하고 싶을 때는 잠깐 멈추고 이렇게 자문하자. ‘이 반응을 선택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리고 그 일은 어디로 이어질까?’ 모든 선택은 즉각적인 결과를 만들어낸다. 감정적으로 반응하면 그 순간은 속이 시원할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문을 닫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여유와 지혜는 자극과 반응 사이의 멈춤에서 나온다.
둘째, 불만고객에 대한 생각을 바꾼다. 사람들은 웬만하면 주문한 음식에 클레임을 걸지 않는다. 허기뿐 아니라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음식을 주문하며 불평하는 일로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생각의 각도를 조금만 바꿔보면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은 골칫덩어리가 아니라 히든 클레임을 알려주는 고마운 손님이 된다. 또 지혜롭게 대처하기만 하면 충성고객이 되어 스스로 홍보대사가 돼준다.
셋째, 평소에 정신적 리허설을 해둔다.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요령을 미리 마음속으로 리허설 해두면 우리를 행동으로 이끄는 대뇌 전두엽 피질이 활성화된다. 그래서 실제상황에서 충동적 행동을 현저하게 줄여준다. 정신적 리허설은 운전 시비나 부부싸움 등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쉬운 다른 상황에서도 막강한 위력을 발휘한다. 물론 처음엔 쉽지 않다. 하지만 연습을 하다 보면 쉬워진다.
까다로운 고객은 최고의 스승이다. 그들의 까다로움이 서비스 혁신의 모멘텀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에게 친절하라. 그는 변장한 천사일지도 모른다.’ 서양 속담이다. 기회는 언제나 고객과 함께 온다. 그러니 불만고객, 막 대하지 마라. 그는 성공 노하우를 알려 주기 위해 찾아오는 변장한 천사일지 모른다.
이민규 아주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