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일보로고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여행 에세이] 헤밍웨이 흔적을 찾아서 10-④
문화 시간이 멈춘 카리브의 섬나라 쿠바 여행 에세이

[카리브해의 섬나라 쿠바여행 에세이] 헤밍웨이 흔적을 찾아서 10-④

인민평의회 출범을 축하는 기념미사 장면 유화 작품

광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쿠바 북한대사관을 한 바퀴 돈다. 그들은 감추려는 것이 왜 그렇게 많은지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는 대사관 주변은 고립감과 적막감이 넘쳐흐른다. 올드카는 디젤 냄새를 휘날리며 질주하여 잉글라테 호텔 앞 광장에 도착한다.

아바나에 머물며 매일 오비스포 거리를 걸어서인지 이 길은 이제 익숙한 옷처럼 낯설지 않다. 아르마스 광장 쪽으로 걸으며 손님 한 명 없는 국영 상점의 눈이 부신 불빛을 보자 사회주의 또 다른 허상을 보는 듯하다.

광장 옆 세이바 나무 기슭에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작은 그레코로만 형태의 건물이 하나 있다. 사원을 모방하여 지은 ‘엘 뗌쁠레떼’다. 도리아식 기둥과 고전적인 페디먼트가 있는 이 사원은 스페인 페르난도 7세의 아내 호세파 아말리아 여왕을 기리기 위해 1828년에 건축되었다.

▲ ‘엘 뗌쁠레떼’ 전경
‘엘 뗌쁠레떼’ 전경

이곳은 아바나에서 열린 최초 지역 대표자 회의인 인민평의회가 열렸던 장소로 의미 있는 곳이다. 사원 난간 기둥을 덮고 있는 열대 파인애플 나무가 건물을 위협하는 듯하지만, 이 사원은 19세기 ‘쿠바 바로크’에서 신고전주의 스타일로 시대 전환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좁은 사원 내부에는 아바나의 ‘산 알레한드로 예술 아카데미’ 창립자인 데이비드의 수제자이자 프랑스 화가 ‘장 바티스트 베르마이’가 그린 큰 유화 작품 석 점을 보관하고 있다. 그림은 첫 인민평의회 대표자와 의원 취임식에서 그들을 축복하는 첫 미사 장면을 그리고 있다.

이곳은 1818년 11월 16일은 아바나시 인민평의회가 창립된 곳이지만 이날은 아바네로가 16세기부터 선조의 삶을 기리는 ‘오리사스’(orishas) 의식이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뜻깊은 장소다. 의식은 아르마스 광장에 있는 신성한 실크 나무(Ceiba,) 주위를 세 번 돌며 고달팠던 조상의 삶을 기리고 자신의 소망을 기원한다. 이 의식은 지금도 아바네로에게 중요한 예절로 이어지고 있다.

▲ ‘장 바티스트 베르마이’의 흉상과 그의 작품 인민평의회 출범을 기념하는 유화 작품
‘장 바티스트 베르마이’의 흉상과 그의 작품 인민평의회 출범을 기념하는 유화 작품

박태수 수필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