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물가가 언제까지 치솟을지 모르겠네요. 요즘처럼 장보기가 겁난 적은 처음입니다.”
9일 오전 찾은 수원의 한 대형 슈퍼마켓. 연일 치솟는 물가 탓에 장보기가 부담스러워진 주부들은 음식재료를 앞에 두고 구매를 망설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달걀 판매대에서 가격대를 확인하고 발길을 돌리는 주부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슈퍼마켓을 찾은 40대 주부 A씨는 물가 상승에 따른 부담을 호소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남편의 올해 연봉이 동결되면서 생활비는 그대로지만, 물가는 매달 오르면서 장보기가 겁난다고 전했다.
A씨는 “그간 저렴한 가격(5천원대)에 즐겨 먹었던 달걀이 물가 상승으로 인해 지금은 8천원대”라며 “식탁에 자주 올렸던 마늘과 상추 등의 식자재 물가도 동반 상승하면서 요즘 어떤 음식을 해야할 지 고민"이라고 푸념했다.
송죽동에 거주하는 이연화씨(42•여)도 “음식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내 지갑은 더 가벼워졌다. 특히 모든 반찬에 사용되는 고춧가루 가격도 크게 올라 자녀들에게 어떤 음식을 해먹일지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작황 부진과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농축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6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좀처럼 잡히지 않는 ‘밥상물가’에 주부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5월 소비자물가 동향’ 결과,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오른 107.46으로, 9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파(130.5%), 달걀(45.4%), 쌀(14.0%) 등 농산물 가격도 함께 올랐다.
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고춧가루(국산상품 기준) 1㎏ 소매가는 3만7천583원으로, 전년 대비 44% 상승했다. 이 밖에도 말린 고추(30㎏) 83.8%, 깐마늘(1㎏) 54.8%, 가시오이(10개) 62.0% 등도 각각 급등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이번 달 소비자물가는 '기저효과(기준 시점의 위치에 따라 경제 지표가 실제 상태보다 위축되거나 부풀려진 현상)'가 일부 완화돼 오름폭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하반기는 물가여건이 개선돼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돌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다만 기상여건 악화 등의 이유로 농축산물 가격 불안, 국제 원자재 가격 추가 상승, 백신 보급 확대로 인한 소비 증가 등에 따라 물가가 또 오를 요인이 있기에 안정적인 물가관리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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