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중국 지도자들의 경제해석 시각은 단순하다. 공산주의 국가답다. 마오쩌둥(毛澤東)은 공부론(共富論)이다. 모든 인민이 모두 함께 잘살아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도시 노동자들보다 농민들이 더 잘살아야 한다고도 주창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선부론(先富論)이다. 공산주의라는 이념보다도 인민들의 살림살이가 먼저 윤택해져야 한다는 이론이다. 그래서 나온 게 개혁개방정책이다.
▶최근 중국 경제기조가 또 바뀌고 있다. 마오쩌둥의 공부론에 덩샤오핑의 선부론이 녹여지는 모양새다. 20세기 러시아에서 발발한 공산혁명의 주체는 도시 노동자들이었다. 이에 비해 20세기 중반 중국에선 농민들이 사회주의혁명을 이끌었다. 중국 공산주의는 공산주의보다는 사회주의에 더 가깝다.
▶시진핑(習近平)이 15일 저장성(浙江省)을 ‘공동부유시범구(共同富裕示範區)’로 지정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전했다. 평등사회를 저장성을 토대로 확장하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덩샤오핑이 선부론을 제창했을 때가 1970년대였다. 당시는 분배보다는 국가 전체 파이를 키우는 게 급선무였다. 공동부유(共同富裕)는 사실상 구호에 그쳤었다.
▶최근 중국 경제기조 키워드는 소득분배 개선, 사회복지제도 강화, 도농격차 해소 등이다. 소득분배 개선차원에서 기업이 직원에 지급하는 보수를 합리적 범위에서 올리라고 규정했다. 최저임금도 합리적으로 조정한다고 못을 박았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취업보장과 사회복지제도 강화 등을 통해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극화문제 탓이다.
▶저장성은 중국에서 우리의 강남에 해당된다. 1년에 삼모작도 가능하다. 땅도 비옥하고 대륙의 젖줄인 양쯔강(揚子江)도 흐른다. 그런 곳을 공동부유시범구로 지정한 배경에는 조급함이 숨어 있다. 바이든 정권이 들어서면서 미국에 밀리는 중국의 열세가 읽히는 대목이다.
▶자신들이 지구촌의 중심이라는 자부심에도 G7에 끼지 못하니 그럴 만도 하겠다. 경제력은 급성장했지만 양극화문제가 심화되면서 국가 정체성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까닭이기도 하겠다. 혹시 도광양회(韜光養晦)가 퇴조하는 건 아닐까. 빛을 감추고 어둠을 키운다는 저들의 전략이 거꾸로 가고 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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