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퇴임이면 수십년은 근무했을 것이다. 고됐을 경찰 생활이 충분히 짐작된다. 이런 퇴임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게 아니다. 논란이 실행으로 옮겨지지도 않았다. 주변에서 지적받자 모두 취소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지적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당사자를 떠나 경찰 조직과 후배들을 위해서다. 없어져야 할 퇴임 경찰관의 전별금 주고받기 관행이라서다. 돈으로 석별의 정을 표하는 관습, 완전히 근절돼야 한다.
부천소사경찰서 소속 한 간부 경찰관이 이달 30일 퇴임한다. 이달 29일 스스로 퇴임식 행사를 계획했다. 지인들에게 안내 문자를 보냈다. ‘29일 부천북부역의 한 웨딩홀에서 명예퇴임식을 갖고자 한다. 참석 여부를 즉시 알려주시면 행사준비에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 단순한 초청 내용이지만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어긋난다. ‘방역 원칙 준수’를 강조하겠지만, 행사 초청 자체가 부적절하다.
더 논란은 문자 속 다음 대목이다. “저의 명예퇴임식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도움 주실 곳 00000-0000-000.” 경찰 개인의 퇴임식이다. 일반인이 거기에 도움 줄 일이 뭐가 있을까. 더구나 무슨 도움이길래 은행 계좌 번호가 필요할까. 금전적 성의를 보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사자는 아니라고 주장할지 모른다. 하지만, 문자 받는 이들은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행사일인 29일, 그는 여전히 부천소사경찰서 소속이다.
사실 비슷한 일은 관행이었다. 퇴임식장에서 참석자들로부터 봉투를 받았다. 아예 ‘퇴임자와 참석자의 인사’라는 순서가 있었다. 퇴임자와 상견례 뒤 옆 테이블에 미리 준비한 돈 봉투를 놓았다. 그러면 퇴임자는 ‘고맙다, 좋은 곳에 쓰겠다’며 답례까지 했다. 이 모든 과정을 후임, 현직 경찰들이 지켜봤다. 초청받은 지역 인사들엔 압박이다. 범법(犯法)이다. 아직 현직이니 뇌물이 될 수 있다. 김영란법 위반 소지는 더 많다.
다 없어졌다고 했다. 그런데 그 관행의 단면을 이번에 다시 봤다. 안 그래도 코로나 시대 잘못된 현상이 있다. 남발되는 ‘비대면 초대장’이다. 관혼상제를 알리며 ‘도움 주실 분’ ‘성의를 표하실 곳’이라며 은행계좌를 고지한다. 오지 말고 돈만 보내라는 얘기다. 이런 문자가 친불친 관계없이 뿌려진다. 받는 이들의 부담이 크다. 이런 게 경찰 조직에서까지 일어나서야 되겠나.
수사권 독립으로 경찰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크다. 경찰에 모아지는 기대도 그만큼 크다. 과거에는 관행으로 통했지만, 이제 과감히 버려야 할 것들이 많다. 이번 해프닝도 그런 교훈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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