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사 본인이 사퇴할 필요는 없다

2012년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치러졌다. 후보들이 전국을 돌며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박근혜 후보의 절대 강세로 좀처럼 흥행되지 않았다. 그때 관심을 끈 후보자가 김문수 경기지사였다. 5·16쿠데타 관련 역사관 및 1인 사당화 논란 등을 비판했다. 언론은 그를 ‘박근혜 저격수’라고 표현했다. 경북 유세 도중 멱살을 잡히는 봉변까지 당했다. 적어도 정치적으로 그해 대선 경선은 김문수 후보의 활약이 컸다.

경기도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지사직 사퇴설’이 많았다. ‘경기도민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논리였다. 정치권에서도 공세가 이어졌다. 김두관 경남지사는 “양손에 떡을 들 순 없지 않느냐”는 논리로 김 지사를 힐난했다. 여기엔 김 지사 스스로 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 대권 도전 선언 때 지사직 사퇴를 스스로 언급했다. 이후 사퇴 의사를 번복하니까 당 내외에서 공격받는 빌미가 된 셈이다.

우리는 ‘지사직 사퇴가 전제되면 안 된다’고 했다. 사설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힌 입장이었다. 몇 가지 이유를 밝혔는데, 그 중 가장 핵심은 ‘지방권력의 대권 참여’였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권(大權)은 중앙 정치의 몫이었다. 정계 거물들이 뛰어노는 제한된 마당이었다. 이게 1990년 지방화가 되면서 달라질 조짐이 일었다. 지방을 토대로 한 정치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유종근 전북지사의 도전(2001년)이 그 시작이었다.

‘지사직 사퇴 강요’는 이런 흐름에 거꾸로 가는 것이다. 지방 권력의 대권 도전을 막는 장애인 것이다. 그래선 안 된다는 것이 우리 주장이었다. “제2, 제3의 김문수는 앞으로 계속 나올 것이다”는 예상도 했었다. 지금도 그 논지는 같다. 정치도 그 예상처럼 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이 잠룡에 올라 있다. ‘당내 경선부터 지사직을 버리고 덤비라’는 것은 지방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다. 지방 언론인 우리가 어찌 이런 지방 차별적ㆍ중앙 특권적 논리에 찬성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또 하나의 입장은 있다. 도정은 망가뜨리지 않아야 한다. 흔히 말하는 도민을 위한 빈틈없는 행정 수준이 아니다. 경기도 조직을 경선판에 출렁거리게 하지 말아야 한다. 도정엔 몸만 있고 마음은 경선에 가 있는 인사들이 있으면 안 된다. 신분만 도정에 있고 몸ㆍ마음이 전부 경선에 가 있으면 더 안 된다. 경선 승리를 위해 경기도 공무원 조직을 끌어들인다면 그건 명백한 불법이다. 안된다.

김문수 지사ㆍ남경필 지사도 대권 경선에 나갔었다. 하지만, 그들의 위치와 지금의 이재명 지사는 다르다. 경기도정이 사정없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분명하게 정리해놓고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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