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 갈등만큼 합의 안 되는 민원도 없다. 피해를 해석하는 입장부터가 서로 다르다. 피해 주민에게 고압 송전선은 곧 ‘죽음의 라인’이다. 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된다고 믿는다. 반대 측 논리는 다르다. 전파 또는 전자 피해는 입증이 없다고 반박한다. 여기에 양보할 수 없는 양쪽의 사정도 있다. 지역민들은 재산권 보호를 위해 싸운다. 목숨을 건 싸움이다. 한전은 한 번 밀리면 끝이라고 여긴다. 유사한 민원이 그만큼 많다.
한전의 양보가 아쉽다. 고압 송전선의 건강 위협 징후는 수없이 많다. ‘아프다는 것을 증명하라’고 윽박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여기에 송전선 때문에 생기는 재산 피해는 논란의 여지 없는 현실이다. 지금 송전선 민원이 진행 중인 곳곳을 보자. 하나같이 현실적인 피해가 있는 지역이다. 부동산 거래가 안 되거나 턱없이 싸다. 송전선이 없으면 없을 피해다. 무조건 한전에 책임이 있다. 책임 정도는 몰라도 책임 있음은 분명하다.
좋은 소식이 있다. 송전선 갈등 하나가 해결됐다. 인천 부평구 삼산동이다. 지난 3년간 한전과 주민이 대립했다. 엊그제 풀렸다. 주민 대표, 한전 부사장 등이 ‘삼산동 특고압 상생협력 협약’을 맺었다. 3년간 중단된 송전선 지중화 매설 공사는 재개되게 됐다. 공사 구간은 부평구 갈산동 갈산에너지센터(변전소)에서 광명시 광명동 신광명에너지센터까지 17㎞다. 여기에 345㎸ 특고압 전선이 들어가는 공사다.
고압선 갈등에서 보기 드문 완전 합의다. 상호 간의 대화와 신뢰가 있었음을 평가해야 할 듯하다. 지난 2019년부터 3년간 회의와 면담을 이어왔다. 공식회의가 23회였고 비공식 면담 및 현장 방문이 47차례였다. 이런 대화를 토대로 한전과 주민의 신뢰가 쌓였다. 한전이 먼저 행동했다. 이미 설치한 전력구 내에 전자파 저감시설을 우선 설치했다. 이에 주민도 응대했다. 결과-맨홀 구간 90% 저감, 산책로 구간 45% 저감-를 인정했다.
고압선 갈등은 곳곳에 있다. 대부분 서로 간의 이견이 맞선다. 피해 주민은 ‘당장 뜯어내라’고 몰아가고, 한전은 ‘철거해야 할 어떤 근거도 없다’며 버틴다. 이러니 계속 싸우는 것이다. 모두들 ‘부평 삼산동 합의’를 참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해당 부평구도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지자체 간의 정보 교류가 필요한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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