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구 버려진 폐어구 쓰레기, 어민도 바다도 병든다

바닷가 항구도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 어민들이 사용한 폐어구를 마구 버려 미관을 해치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고기잡이에 사용했던 그물, 밧줄, 통발, 스티로폼 등을 항구 주변에 무단 투기해 여기저기 쌓인 쓰레기에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본보가 화성ㆍ안산ㆍ시흥시에 위치한 주요 항구를 점검했다. 경기 국제보트쇼ㆍ요트대회가 열렸던 화성 전곡항 일대를 가보니 각종 폐그물과 밧줄 등 폐어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파리떼가 들끓고 코를 찌르는 악취에 숨쉬기가 불편할 정도였다. 폐어구는 인근 사유지에도 버려져 땅 주인이 담장을 높게 친 곳도 있었다. 인근 화성 궁평항도 주변 수천여㎡의 나대지 곳곳에 폐어구가 수북했다. 스티로폼과 폐그물, 밧줄 등에 장기간 방치된 삭은 닻도 수십여개나 됐다. 안산 탄도항과 시흥 오이도항 근처도 각종 폐어구와 생활 쓰레기가 뒤죽박죽 엉켜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었다.

바다를 무대로 생계를 이어가는 어민들이 폐어구를 마구잡이로 버리는 것은 결국 그들의 삶의 터전을 오염시키는 행위다. 버려진 양심에 항구가 썩고 있다. 이들 항구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각종 쓰레기가 쌓여 악취 나는 곳을 누가 찾겠는가. 점점 외면당할 것이다.

폐어구는 항구 주변에 보여지는 것뿐만이 아니다. 바닷속에 잠긴 쓰레기 양이 엄청나다. 고기잡이에 사용한 그물의 85%가 바다에 버려진다고 한다. 각종 폐어구 쓰레기는 연간 4만4천t에 달한다. 하지만 반의 반도 건져 올리지 못한다. 많은 쓰레기들이 바다 깊은 곳에 고스란히 쌓인다. 쓰다 버린 그물과 밧줄이 뒤엉켜 돌고래 등 바다 생물이 걸려 죽는 사례가 빈번하다. 선박 안전도 위협한다. 낚시객이 버린 낚싯줄, 바늘, 찌, 미끼 등도 해양 생태계에 큰 피해를 준다.

바다는 청소가 힘들다.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어업 종사자들부터 바다를 보호해야 한다. 아낌없이 주는 바다를 쓰레기 천지로 만들어선 안된다. 양심없는 행위가 어민들의 삶의 터전을 망가뜨린다.

정부가 내년부터 ‘어구 보증금제’를 도입한다. 어구에 보증금을 매기고 사용 후 쓰레기 집하장으로 되가져오면 돌려주는 제도다. 어민들에게 일반 어망이 아닌 ‘생분해성 어망’ 사용을 권장하고, 잘게 부스러지는 스티로폼 부표 대신 ‘친환경 부표’를 배급한다. 2025년까지는 스티로폼 부표를 없앤다는 계획이다.

경기도도 바다와 해양 생태복원에 나서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해 계곡 정비에 이어 ‘바다를 도민 품으로 돌려주겠다’고 공언했다. 도는 더 이상 바다와 인근 항구가 오염ㆍ파괴ㆍ훼손되지 않도록 단속하고 계도해야 한다. 이보다 중요한 건어민들 스스로 깨끗이 정리ㆍ정비하는 것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