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건다가 신혜진·이진숙 교사
“다문화 가족인데 부모가 이혼한데다 아버지마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초등학교 4학년ㆍ1학년인 효리(가명) 남매가 있어요. 그들이 외롭고 상처받을 때마다 우리가 만들어준 오디오북을 들으며 위로를 받는다고 해요. 가슴 아프면서도 보람됩니다”
양평군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건다가)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신혜진(50) 교사는 이들 다문화 가족 남매 이야기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신 교사는 건다가에서 언어발달 담당으로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양평 건다가는 가족상담·교육·문화, 한국어프로그램 제작 등 통합 가족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담, 언어발달, 아이돌봄, 통번역 사업과 함께 책을 음성으로 들려주는 오디오북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오디오북 제작에는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는 결혼 이민자들도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어와 함께 자신의 모국어로 오디오북을 제작해 결혼 이민 여성들이 언어 장벽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 해소를 돕고 있다.
신 교사는 “오디오북에는 각계각층 남녀노소가 다양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동화가 담겨 있다”며 “어린이 뿐 아니라 지식·문화의 사각지대에 있는 독서 취약 계층과 부모와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언어발달이 지연되고 있는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에게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숙(59) 교사 역시 건다가에서 언어발달 지도 교사로 참여하며 봉사를 펼치고 있다.
그는 “재능 기부자들은 원고를 낭독하는 것 뿐 아니라 원고 작성, 연습, 녹음, 모니터링 등 오디오북 제작 전 과정과 배포 이후의 활동까지 참여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누군가의 책이 될 수 있다는 보람을 느낀다. 나눔을 통한 행복은 덤으로 가져간다”고 했다.
양평 건다가가 지금까지 제작한 오디오북은 100여권. 이 가운데 중국어, 베트남어 등 외국어와 한국어를 같이 실은 것도 30여권이나 된다. 200명 가량의 봉사자가 제작에 참여했다.
양평군 건다가는 올해 안에 50권 가량을 추가 제작할 계획이다.
이진숙 교사는 “지역주민이 함께 고민하고, 계획하고, 만들어가는 센터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찾아가는 복지, 참여 지향적인 복지, 지속 가능한 복지를 지향하고 있다. 양평지역의 독서·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평=황선주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