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근 칼럼] 지하시설물 안전 확보 위한 누수 예방 대책 수립해야

광주에서 발생한 건축물 철거 해제 작업 중 붕괴사고, 중국 후난성 7층 아파트 붕괴사고, 미국 플로리다주 12층 아파트 붕괴사고 등 국내외적으로 대형 건축 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발생한 중국과 미국에서의 아파트 붕괴 사고는 1995년 우리나라 삼풍백화점 참사를 기억하게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연히 그곳을 지나거나 방문한 사람들이 아무런 잘못 없이 죽었다는 것이다. 천재지변도 아니고 테러에 의한 피해도 아닌 어처구니없는 재해가 계속되는 현실과 그 원인이 인재(人災)로 지목 되는 점에서 건설인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가슴 아픈 일이다.

필자는 이번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아파트 붕괴 원인을 통해 우리나라도 이에 대한 예방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어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전문가에 따르면 플로리다의 아파트 붕괴는 지속적인 침하와 지하구조체(콘크리트와 철근)의 심각한 부식이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변 바다의 염분수(지하수)가 콘크리트와 철근을 부식시켰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수 조치에도 문제가 있어 불과 40년밖에 되지 않는 구조체가 붕괴됐다고 한다.

콘크리트 안전공학에서는 구조물 안전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본 기술로 철근 부식 방지와 콘크리트 균열제어 기술을 들고 있다. 철근과 콘크리트는 물(지하수 등)에 포함된 염분·산·황화수소 성분에 의해 침식되면 성능(안장강도, 압축강도)이 떨어지고, 장기적으로 철근 주변의 콘크리트를 손상시켜 구조체 붕괴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화학 성분이 포함된 지하수와 접한 해안·하천·온천 지역이나 염소처리 정수장·축산폐수처리장·공업(산업) 폐수처리장·병원폐수 처리 시설·유류저장시설 등은 철근 및 콘크리트 침식 방지를 위한 방수·방식 조치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의 설계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지하시설물에 대한 방수·방식의 중요성·시급성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시설물 누수는 화재·폭발·지진처럼 순간적으로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설계자·시공자·감리자 입장에서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다. 하지만 누수는 장기적 내구 수명과 안정성·사용성·유지관리·지하공간 환경 오염·지하수 오염 및 고갈·지반침하 등에 영향을 주는 매우 중요한 관리 대상 기술이다.

우리나라의 건설 산업은 지난 1980년대부터 큰 성장을 이루면서 지하철, 공동구, 지하차도, 터널, 수처리 시설, 건축물 및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등 수많은 시설이 지하에 건설돼 왔다. 이미 건설한 지 40년이 넘거나, 그에 가까운 시설물이 많아 시설물 붕괴라는 사회재난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지하시설물에 대한 누수 실태를 전반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21세기 들어 지하공간 개발이 증가하면서 더욱 깊어지고 대규모화되고 있다. 이번 미국의 사례를 귀감삼아 우리 정부와 건설업계는 지하시설물 건설에서 누수 방지 안전대책 방안 수립과 이를 위한 방수설계를 기술기준의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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