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 대신 주식?…새롭게 변한 10대들의 ‘돈’ 트렌드

연합뉴스 제공
주식 투자 열풍이 청소년들에게도 옮겨 붙으면서 용돈을 주식으로 주는 가정도 늘고 있다. 연합뉴스

“MZ세대에 퍼진 투자열풍이 10대들한테까지 옮겨 붙는 것 같습니다. 10대 자녀들 사이에서 트렌드같이 번지고 있습니다.”

군포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노홍래씨(46)는 최근 중학생 딸(15) 명의로 주식 계좌를 만들어 카카오주식 2주를 선물했다. 주변 친구들이 용돈을 모아 주식에 투자한다는 딸의 이야기를 듣고 경제관념을 심어주고 싶어 실행에 옮겼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 또한 많아진 딸이 주식과 관련된 기사와 서적을 읽고선 관심을 보인게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노씨는 “딸이 그동안 모아 놓은 용돈으로 투자를 해보고 싶다는 말을 듣고 계좌를 터주고 주식을 선물했다”라며 “수익을 떠나서 살아있는 경제 교육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상현씨(37ㆍ가명)는 몇 달 전부터 초등학생인 딸(12)에게 하루에도 수차례 주식에 관한 질문을 받고 있다.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주식을 직접 사보고 싶다는 딸의 얘기를 듣고서 기분은 묘했지만, 자녀 세대의 ‘새로운 트렌드’라고 생각해 승낙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주식 투자 열풍이 식지 않고 점점 가속화되면서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들이 현금 대신 주식으로 용돈을 주는 모습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주식 투자와 가상화폐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한국경제의 새 지형도가 미성년 세대까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5개 증권사(키움증권ㆍ미래에셋대우ㆍNH투자증권ㆍKB증권ㆍ한국투자증권)의 미성년자 주식계좌는 60만6천952개로 집계돼 전년(29만1천33개)보다 109% 급증했다.

이처럼 미성년 세대들의 미래를 위한 주식 투자 추세가 계속 확산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은 주식을 통해 선행교육을 하는 것은 좋지만, 미성년 자녀가 주식 투자에 과몰입하지 않도록 건강한 가정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새 시대에 맞춰 소액 투자를 통해 경제활동을 맞춰간다는 것은 교육 면에서 좋은 일이다”라며 “다만 가격변동이 큰 주식에 너무 몰입하면 경제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질 수 있다. 이들이 미성년인 만큼 부모들의 철저한 교육과 관리를 통해 건전한 경제교육이 잘 될 수 있도록 선행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경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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