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올해 자가격리자 95명 무단이탈…방역 불감증 심각

인천지역에서 올해 코로나19 자가격리자 90여명이 격리지를 무단 이탈하는 등 방역 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지역 내 자가격리 무단 이탈자는 9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8명보다 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올해 1월 13명이던 월별 무단 이탈자는 꾸준히 증가해 6월에는 26명까지 늘어났다. 코로나19가 시작한 지난해와 올해 통틀어 월별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 6월 기초자치단체가 격리지 무단이탈로 고발한 인원은 21명이며, 5명은 계도하거나 고발 예정인 상태다.

남동구에 사는 자가격리자 A씨는 지난 26일 격리지를 벗어나 장을 보러 갔다. A씨는 오전 11시부터 1시간가량 시장을 활보한 뒤 ‘자가격리 안전보호 앱’에 이탈 알림을 본 전담공무원의 전화를 받고 귀가했다.

지난 4일에는 해외에서 행려병자로 입국, 자가격리 중이던 50대 여성 B씨가 부평구 격리지에서 7시간이 넘도록 사라지기도 했다. B씨는 휴대전화 수신이 중지돼 전담공무원이 매일 격리지를 찾아 모니터링해왔다. 전담공무원은 이날 B씨가 집에 없는 것을 확인한 뒤 2차례 B씨의 집을 방문하고, 3시간을 기다린 끝에야 귀가하는 B씨를 만났다.

앞서 지난 5월25일에도 미추홀구 자가격리자 C씨(20·여)가 5시간 동안 격리지인 자택을 무단 이탈했다. C씨는 동거 중인 남자친구와 싸워 화가 난다며 집을 나간 뒤 모텔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평구와 미추홀구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B씨와 C씨를 각각 고발했다.

방역당국은 확진자의 접촉자, 해외 입국자 등을 자택이나 시설에서 격리하도록 한다. 최초 코로나19 검체 검사 음성 판정을 받더라도 14일 이내 증상이 발현할 수 있는 등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증상이 없어도 바이러스 배출을 시작하기 때문에 자가격리자가 돌아다니면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무단 이탈은 의도적인 감염 행위로 볼 수 있다”며 “훨씬 강력한 처벌을 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 4월부터 매달 시와 군·구 직원이 함께 자가격리자의 30% 정도를 임의로 선정, 격리지를 방문해 점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무단 이탈자들에 대한 고발조치를 더 적극적으로 해 이탈 행위를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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