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준석 대표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합의/보수 야당 존재하는 이유를 의심케 하다

국민의힘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준석 대표의 합의 논란이다.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 주자고 합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한 약속이다. 당내에서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끓는다. 그도 그럴게, 국민의힘의 그간 기조는 이게 아니다. ‘손실보상 우선 논의’ 당론을 견지해왔다. 코로나 19 피해를 본 국민에 우선, 그리고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는 방향이었다. 이 대표가 이걸 뒤집는 합의를 하자 혼란이 빚어진 것이다.

정책 담당자인 김도읍 정책위의장이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번 추경 심사에서 최우선 고려사항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코로나 19로) 실질적 피해를 본 분들에게 ‘핀셋지원’하는 것이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합의의 의미를 축소했다. “합의했다는 사실 자체가 팩트는 아니다.” 상황이 이렇자 이 대표도 진화에 나섰다. “선별지급, 선별지원이 당론”이라며 원내와 보조를 맞춰갔다. 하지만, 대권 후보군까지 비난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SNS에서 이 대표를 향해 “이런 식의 판단, 실망스럽다”며 “여당이 더 좋아하는 의도대로 동의해준 것이다. 송영길 대표가 국민의힘을 비웃고 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경제통 윤희숙 의원 등의 비판도 이어졌다. 취임 이후 이 대표가 맞닥뜨린 가장 강도 높은 반발과 비난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당 대표에 대한 과도한 반기의 모양도 있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크게 자성할 부분이 있다.

모든 정당에는 기본 철학이 있다. 국민에는 당에 거는 기대가 될 수도 있다. 이번 현안이 그런 전형이다. 재난지원금의 방안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전 국민지원, 일부지원, 피해계층 지원 등이 있다. 각 방안에 대한 국민 지지는 다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 선택의 문제다. 각 정당이 당론을 정한다. 그리고 추진한다. 민주당은 대체로 전국민 지급이다. 보편적 지원이다. 국민의힘은 일부 지원이다. 선택적 지원이다.

소모적 당쟁이 아니다. 정당의 존재 이유다. 많은 국민이 국민의힘 당론을 지지했을 것이다. ‘퍼주기 지원’은 안 된다는 국민이다. ‘나랏빚’이 위험하다는 국민이다. 수십조원의 국민 혈세가 들어가는 일이다. 코로나19 정국에서 이보다 중요한 정당 역할이 있겠나. 이런 걸 당 대표 혼자 덜컥 합의했다. 더구나 그 합의 방향이 당론과 정반대였다. 누가 좋으냐 나쁘냐의 얘기가 아니다. 당 대표의 권한을 벗어난 일이라는 얘기다.

복지는 뒤로 갈 수 없다. 준다고 했다가 안 줄 수 없다. 이제 국민의힘이 그렇게 갈 것 같아 걱정이다. 재난 지원금 지급은 정말 신중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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