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지지 얻지 못한 소환, 분열ㆍ혼란ㆍ예산 피해만...불발 소환은 책임 안 지나
-책임은 권한이 있음을 전제로 추궁하는 것이니 권한 없는 곳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고, 시장 탄핵이 이와 같으니 시장의 권한 없는 일로 탄핵하면 안 되는 것이고, 과천시장 주민 소환 추진이 딱 그러니 과천시장 권한 아닌 일로 끌어내리려 들면 안 되는 것이다.-
주민소환은 불발했다. 유권자 21.7%만 투표했다. 필요한 투표율은 33.3%였다. 개표에 들어가지 못했다. 선관위 창고에 짐만 하나 늘었다. 참으로 어수선했던 몇 달이다. 길거리 곳곳에서 서명이 있었다. 목청 높인 참여 호소도 이어졌다. ‘과천 주민 소환’ 기사가 뿌려졌다. 구호는 하나같았다. ‘과천시장 주민소환!’ 이래놓고 얻은 결과가 겨우 이거다. 남은 거라곤 민망한 기록뿐이다. ‘시장 두 번 소환하고, 두 번 모두 실패한 과천시’.
반년 이상 허비했다. 그 기간, 과천 행정은 휘둘렸다. 막판에는 시장직도 정지됐다. 비용으로 혈세까지 들어갔다. 7억여원쯤 된다고 한다. 물론, 필요한 제도다. 선출직은 교만할 수 있다. 임기가 성역될 수 있다. 그걸 견제해야 한다. 주민소환제 취지다. 과천시장 소환이 그거다. 적법하게 시작했다. 필요한 서명도 받았다. 조건이 맞아 투표에 부쳤다. 형식부터 절차까지 정당했다. 추진위도 할 말은 있다. ‘우리 행위는 다 정당했다.’
하지만, 반대쪽 주장이 있다. 추진을 비난하는 목소리다. 특히 소환 사유가 논란이다. 시민을 분노케 한 8ㆍ4 대책이었다. 멋대로 청사 부지를 쓰겠다고 했다. 숨도 못 쉴 도시를 만들자는 거였다. 국토부 발표였다. 과천시장은 문구 하나 거든 적 없다. 미리 알았다는 어떤 정보도 없다. 정서적 책임까지 없을 순 없다. 시장이니 고개 숙여야 한다. 하지만, 시장실에서 쫓겨날 일은 아니다. 표심의 최종 결과가 그랬다. 투표 안 한 78.3%다.
‘시장도 옳소…추진위도 옳소….’ 양비론으로 덮을 생각 없다. 추진위는 끝났다. 지켜야 할 중립도 없다. 이제 판단을 말해야 한다. 잘못된 거다. 과천시장 주민 소환은 잘못한 거다. 시민 분노를 도구 삼았다. 그 분노에 정치가 올라탔다. 처음엔 그럴 수 있었다. 시민들도 소환을 말했다. 하지만, 이내 냉정해졌다. 대열에서 내리는 시민이 많아졌다. 막판엔 말리기까지 했다. ‘철회하자.’ 그런데 추진위가 밀어붙였다. 그렇게해서 얻은 ‘21.7%’다.
주민 소환은 다른 곳에도 있다. 올해 도내에서만 네 번 있었다. 사유는 다 다르다. 가평군수는 공동 화장장 문제, 고양시장은 측근의 건설비리 의혹, 구리시장은 언론에 제기된 의혹, 이천시장은 화장시설 문제다. 세세히 알지는 못한다. 소환이 정당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그 네건은 그 시장들의 일이었다. 그들이 서명한 일, 그들이 하는 일, 그들과 아는 사람의 일이었다. 과천시장처럼 생억지 소환은 없었다.
주민소환제도는 전제를 깔고 있다. -시민은 옳다. 민원은 정당하다. 형성된 여론에 정치는 없다-. 과연 그런가. 주변의 주민 소환 주체들이 그런가. 늘 옳고, 늘 정당하고, 늘 순수한가. 누군가 던질 법한 이 화두. 이걸 염태영 수원시장이 말했다. “나는 요즘 이런 고민을 합니다. ‘과연 시민은 언제나 옳은가, 과연 민원은 언제나 정당한가’.” 마침 과천 주민 투표 날이었다. 안타까움을 말하면서 말했다. 굳이 답할 필요를 못 느낀다.
-과천시장 주민 소환 추진이 딱 그러니 과천시장 책임 아닌 일로 그를 끌어내리려 들면 안 되는 거였고, 주민소환의 권한을 주장해온 만큼 그 결과의 책임도 져야 하는 거였고, 얻어낸 21%의 자부심을 말하는 만큼 얻지 못한 79%의 부끄러움도 말해야 하는 거였다.-
主筆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