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로 야생화를 재현하는 어머니 모습을 보고 자란 한 소녀가 대한민국의 국화(國花) ‘무궁화’를 알리는 작가가 됐다. 20년 넘도록 어머니 곁에서 한지를 만져 온 그는 이제 자신의 손으로 꽃을 피우며 잊혀가는 자연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 우리꽃무궁화교육원 무궁화전시박물관의 권영은 작가(40) 이야기다.
권영은 작가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한지 꽃의 명맥을 꿋꿋이 이어가는 사람 중 하나다. 그녀의 손에서 피어난 한지 꽃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다.
어린 시절 한지로 야생화를 만드는 어머니를 도와준 것이 오늘까지 이어지게 됐다.
권 작가는 “한지 꽃을 만들어야겠다는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며 “어머니를 도와 소소하게 꽃을 하나 둘 완성하다 보니 재미가 붙게 돼 자연스레 이 길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권 작가는 주변에서 많이 보이는 야생화부터 멸종 위기 야생화까지 야생화 종류를 가리지 않고 한지로 그대로 재현해 낸다.
그는 “무궁화가 우리나라 국화인데 한 번 만들어보자는 주변 권유로 ‘한지 무궁화’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또 우리나라 각종 행사에 쓰이는 일부 무궁화 조화가 해외에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심을 굳혔다"고 설명했다.
무궁화를 한지로 만드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무궁화의 특징인 꽃술을 만들기 위해 곡식을 사용해보기도 하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실제 나무를 가져다 무궁화 잎을 붙이기도 했으나 결과는 실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어머니 곁에서 쌓은 경험과 그녀의 끈질긴 노력으로 한지로 만든 무궁화가 처음으로 꽃을 피우게 됐다.
권영은 작가와 어머니 제자들이 만든 무궁화는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무궁화전시박물관에 피어 있다. 이곳에서 사계절 내내 은은한 빛깔을 뽐내는 한지 무궁화는 수원시 내 유치원, 초등학교 학생들의 좋은 교과서로 활용되고 있다.
권 작가는 “우리가 아는 무궁화는 수십 종의 무궁화 중 하나 밖에 되지 않는다”며 “국화인 무궁화를 자라나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더 잘 알 수 있도록 무궁화 알리기에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심에서 이 같은 꽃을 볼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고, 이를 매개로 이야기를 나누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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