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예술, 문화유산의 복원과 보존

19세기 이전 서구사회에서는 복원이라는 명명 하에 새로 만들고 덧대고 덧칠하면서 안 좋은 기억들로 남아있는 건축과 예술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19세기 들어 복원과 비(非)복원으로 양분화하는 양상을 보이다가 20세기에 와서 절충식 현대보존이론이 나오게 되었고 지금까지 많은 예술품이나 문화유산 복원에 적용되고 있다. 지금은 복원이라는 개념은 사라져가고 보존이 대두되고 있다. 보존은 예술품과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또 다른 방법이다. 관련 전문가들의 비평과 시각을 통해 그들의 의도에 적합한 복원이나 보존처리는 현실적 한계에도 분야별로 세분화되었고 확대되었다. 예술품이나 문화유산을 올바르게 보존처리 할 수 있는 방법을 결정하는데 직면하는 난관들은 매우 많다.

그간 보존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문화유산은 예술작품들 외에도 다양한 것들로 확장되고 있다. 폐허로 남아있는 유적들부터 플라스틱으로 만든 작품들까지 다양한 소재를 포함하고 있다.

문화적 유산들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처음으로 시작한 유럽의 국가들은 예술적·역사적 물건들이 미래의 세대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복원하는 책임을 보존전문가 아닌 역사가 또는 고고학, 미술 또는 건축사학, 인류학자들에게 위임하였다. 옛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학문적 착각과 국수주의,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한 유럽의 역사복원은 그 가치성 회복에서 멀어졌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복원된 과거의 흔적들은 마치 원형처럼 착각하며 향유하게 한다. 오래 전에 만들어진 건축 조형유적이 처음에 만들어진 상태를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며 함부로 변경되고, 바뀌고, 복원되고, 재사용되며 개조되기도 한다. 변경과 재사용은 시간과 가치의 개념과 연관된 과정이고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살아남아 현재까지 온전히 보존되어온 유적이나 파괴와 소멸의 법칙에서 빠져 나온 물건들은 언제나 명백한 가치를 가진다. 일제 강점기에 사라진 경복궁의 건물들, 화재로 소실된 국보 1호 숭례문이 복원되었다. 몽골의 침입으로 사라진 황룡사 목탑을 복원하려는 학술적 검토는 진행형이다. 근대 서구의 모순된 역사복원사례들을 경험하였음에 불구하고 지금의 우리는 잘못된 판단에 대한 답습을 하고 있다. 무리한 역사복원과 역사왜곡은 정치적 이슈를 타고 자연스럽게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

한경순 건국대 교수/한국문화재보존과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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