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 붙는 택배 갈등…CJ대한통운 ‘부당해고’ 논란

CJ대한통운 신흥대성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강석현씨가 12일 오전 경기도청 앞에서 1인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해고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장희준기자

CJ대한통운의 성남지역 대리점에서 불거진 부당해고 논란이 총파업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CJ대한통운 신흥대성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강석현씨(37)는 12일 오전 경기도청 앞에서 1인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해고 피해를 호소했다.

사건의 발단은 강씨의 노조 가입. 강씨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해당 대리점에서 일해오다 올해 2월 동료들과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이때부터 대리점을 운영하는 A씨 부부의 탄압이 시작됐다는 게 강씨와 동료들의 주장이다.

A씨 부부는 일부 기사들에 대해 노조 가입을 이유로 해고를 통지하거나 욕설을 내뱉었고, 일부 기사에겐 ‘집으로 찾아가겠다’, ‘칼로 찔러 죽이겠다’ 등의 협박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강씨에겐 임신 상태인 아내와 함께 일하도록 강요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씨는 신용사정 등의 이유로 차량, 배송기사 사번 등이 아내 명의로 돼 있었는데, A씨 부부가 이를 빌미로 삼아 노조에 가입한 그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결국 강씨는 임신 8개월의 만삭인 아내를 하루종일 조수석에 태운 채 택배를 배송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이후 강씨는 자신의 명의로 된 영업용 번호판을 구입했지만, 이달 1일부로 사실상 해고됐다. 강씨에게 배정되던 일감은 A씨 부부 앞으로 옮겨진 탓에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날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모든 택배기사에 대한 산재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는 시점이었다.

CJ대한통운 신흥대성대리점 소속 택배기사 강석현씨가 12일 오전 경기도청 앞에서 1인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해고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장희준기자

택배기사 강석현씨는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며 참고 또 참았다”며 “CJ대한통운은 온갖 비리와 갑질을 일삼는 A씨 부부를 대리점에서 퇴출시켜 달라”고 촉구했다.

원영부 택배노조 부위원장은 “A씨 부부는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기사들에게 거친 욕설을 내뱉고, 살해 협박까지 했다”며 “CJ대한통운의 경영 방침이 ‘상생’인데, 현장에서 노동자를 이렇게 탄압하는 것도 상생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씨와 동료들은 A씨 부부의 폭언, 욕설, 협박 및 대리점 운영 과정에서의 불법행위에 대해 고소장을 접수했다. 일부 협박 혐의에 대해서는 구약식 처분이 내려졌지만, A씨 측에서 이의 제기를 신청한 상태다.

A씨는 폭언, 욕설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부당해고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욕을 하면 안되지만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 그랬다”며 “나 역시 대리점으로 생계를 꾸리는데, 노조에 가입한 기사들이 ‘소장을 바꾸겠다’고 말해 배신감을 느꼈다”고 반박했다. 이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기사들을 대상으로 산재보험까지 가입해줄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도 “다만 강석현씨의 경우 필요한 서류를 들고 다시 오면 업무에 복귀시킬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택배노조 경기지부는 오는 14일 찬반투표를 거쳐 20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18일에는 CJ대한통운 전국대표자회의를 통해 파업 움직임을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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