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9천160원으로 정해졌다. 올해 최저임금(8천720원)보다 440원(5.1%) 오른 금액이다. 월급으로 치면 191만4천440원(노동시간 209시간), 연봉으로는 2천297만3천280원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제 상황, 대내외 고용 상황 등을 고려해 인상률을 정했다고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한 노동계와 동결에 가까운 수준을 주장한 경영계 모두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측은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희망 고문을 하고 우롱한 데 대해 매우 분노하고 규탄한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중소 영세기업,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을 초월했다”며 노동계가 경제 현실을 외면한 채 이기적 투쟁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갈등이고, 양측의 입장 모두 이해가 간다. 모두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사안인 만큼, 양측이 대승적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정부 첫해 6천470원에서 출발한 최저임금은 5년간 41.6% 올라 사상 처음으로 9천원을 넘어섰다. 첫 2년의 인상 폭은 각각 16.4%와 10.9%로 비교적 컸다. 최근 2년간은 2.9%, 1.5% 인상하며 속도 조절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이번이 임기내 마지막 결정이어서 공약 실현은 무산됐다.
각종 경제지표나 통계조사 등을 고려해 볼 때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은 고육지책이다. 최저임금 1만원을 기대했던 근로자들은 실망이 크다.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인의 한숨소리도 크다. 임금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코로나19에 따른 영업 손실을 감내해온 소상공인ㆍ영세 중소기업인들은 “폐업 증가와 취약계층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실제 자영업자가 1년 전에 비해 6만7천명 감소했고, 자영업자 10명 중 7명은 올해도 고용을 꺼린다는 통계가 있다.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현재 큰 어려움에 처해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들 사업장에서의 고용 축소가 우려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나리오별 고용 규모’ 보고서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5% 인상되면 최대 10만4천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추산했다.
저임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사례가 없어야 한다. 저임 노동자와 소상공인 간 ‘을과 을의 갈등’이 확산되지 않아야 한다. 자칫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은 노사 모두가 고통을 분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정부는 폐업 또는 고용 위축이라는 부작용에 대비한 정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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