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고통’ 언제까지… 시설 지하화·지상 공원화 시급

1997년 건립 하루 처리 규모 30만㎥ 달해 
‘애물단지’ 안양 석수하수처리장 해법은?

안양시가 석수하수처리장의 악취 저감 및 시설 개선을 위해 1천43억원의 예산(국비 포함)을 투입한다. 악취개선사업에 250억원(국비 50%), 하천의 부영양화 요인인 인(P)을 제거하는 총인처리시설 재건설사업 350억원, 슬러지 자원화 시설 민간투자 사업 433억원(국비 49%, 민간투자 30%) 등 대대적인 개선 작업에 나선다. 그러나 악취 민원을 비롯해 내구연한이 20년가량 남은 시점에서 석수하수처리장의 중장기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지역 정가에서도 지하화에 성공한 박달하수처리장처럼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주민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악취 풍기던 안양 박달하수처리장이 지하화 사업을 통해 시민 ‘여가체육공간’으로 대변신한 새물공원 조감도. 경기일보DB
악취 풍기던 안양 박달하수처리장이 지하화 사업을 통해 시민 ‘여가체육공간’으로 대변신한 새물공원 조감도. 경기일보DB

악취ㆍ혐오시설 이미지 탈피한 ‘박달하수처리장’

지난 1992년 4월 가동을 시작한 안양 박달하수처리장은 광명역세권 개발에 따라 악취 저감 및 혐오시설 이미지 개선을 위해 하수처리시설을 지하화하고 상부에 공원과 체육시설을 조성, 새롭게 변모한 시설이다. 지상에 18만㎡ 규모의 안양새물공원이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새로운 휴식처로 자리 잡았다.

박달하수처리장은 일 25만t 규모의 수도권 광역하수처리시설이다. 조성 당시 군포와 의왕, 광명 등 인근 지자체의 하수를 도맡아 처리했다. 그러나 광명역세권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인근 주민들의 악취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혐오시설로 전락했다.

이에 안양시와 광명시, LH 등 광명역세권 개발사업 관련 3개 기관은 지난 2008년 악취를 방지하고 환경을 개선하고자 박달하수처리장의 지하화를 결정했고 공사기간 60개월, 총 사업비 3천297억원을 들여 현재의 모습으로 재건립됐다.

시는 상부에 도심공원과 체육시설을 설치,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인식돼온 하수처리장을 시민들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 성과를 거뒀다.

석수하수처리장 주변 ‘슬럼화’ 우려

지난 1997년 지어진 석수하수처리장은 시설용량이 하루 30만㎥ 규모로 거대하다. 부지면적만 따져봤을 때 박달하수처리장 보다 크다.

그러나 지하화에 성공한 박달하수처리장과 다르게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악취 민원으로, 기피 혐오시설로 비춰지고 있다. 또 하수처리장 주변에 화물공영차고지 조성 계획까지 전해지면서 이 지역 인근이 ‘슬럼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석수동 일부 주민들이 ‘지역 발전을 포기한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 A씨는 “20년 가까이 되도록 악취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시가 추진하는 사업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이 주변에 화물공영차고지까지 조성된다는 데 지역 슬럼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송 얼룩졌던 ‘석수 총인시설’ 행정력 손실

악취 민원의 오명을 쓴 석수하수처리장은 한때 안양시와 시공사 간 소송으로 잡음이 일었다. 하수처리수 방류에 앞서 하천의 부영양화 요인인 인(P)을 제거하는 시설의 공사를 맡은 시공사와 안양시가 성능보증 용량에 대한 의견차이를 보이면서 법정공방까지 벌인 것이다.

안양시는 지난 2012년 고려개발 등 5곳과 계약을 체결했지만 성능보증 용량을 놓고 시공사와 평행선을 달렸고 이에 따라 시설 준공은 계속해서 미뤄졌다. 결국 시는 계약 4년 만인 지난 2016년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시공사 5곳과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시공사 측은 성능보증이 불가한 상태에서 시가 무리하게 요구해 시운전이 중단됐다며 계약해지에 따른 공사비용과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시도 시공사가 성능보증 수질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약해지는 적법하다고 맞섰고, 그 결과 1ㆍ2심 재판 모두 승소했다. 이후 대법원에서도 승소판결을 받아 3년이라는 기나긴 법적다툼에서 벗어나게 됐다.

재판에서 승소한 시는 시공사 등을 상대로 공사대금과 자연손해금 등을 합쳐 총 260억원이 넘는 금액을 지급받게 됐고, 지난해 8월 총인시설에 대한 재건설계획을 수립, 사업 추진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총인처리시설이 그간 정상 운영되지 못하면서 발생한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운 모양새다.

지역 정치인들 “중장기적 대안 마련해야”

안양 석수하수처리장의 악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시설의 지하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역 정가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또 내구연한이 20년 남았더라도 중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안양시의회에선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이 같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석수동이 지역구인 서정열 의원은 “하수처리장 악취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시설을 지하화하고, 지상을 활용하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다”면서 “예산 마련 등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야 하고, 덮개를 설치하면 내구연한 문제도 있어 담당부서와 논의해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정완기 의원도 “장기적으로는 하수처리장을 지하화 해야 한다”며 “민원 해소 차원에서 덮개를 씌우고 향후 국ㆍ도비 매칭 등 예산을 확보해 지하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숙 의원은 “박달하수처리장처럼 지하화하고 지상에 공원을 조성하는 방법이 장기적으로 필요하다고 본다”며 “큰 규모의 사업이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의회에서도 악취 문제와 관련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하수처리장 지하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찬 의원은 “석수하수처리장에 덮개를 씌워 악취가 완벽하게 차단되지 않는다면 이를 지하화하고 지상을 친환경 생태공원, 체육시설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하수처리장 노후화로 장기적으로는 지하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민훈ㆍ노성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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