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어도 상황이 좋아지지 않는 코로나19로 인해 감내해야 하는 ‘생활 속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답답함으로 사람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더욱이 요즘처럼 축축하고 더운 날이면 시원한 바다 풍경이나 깊은 숲 속 청량한 공기가 무척 그리워진다.
이명애 작가의 신간 <휴가>는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고 싶은 요즘 사람들의 욕구를 잘 드러내 옴짝달싹 못하는 요즘의 시기와 계절에 썩 잘 어울리는 그림책이다.
표지를 넘기면 만나게 되는 주인공은 두툼한 겉옷을 입은 채 깊은 한숨을 내쉰다. 내뿜는 한숨과 잔뜩 움츠린 주인공의 낯빛은 온기 하나 없는 푸른빛이다. 계절이 바뀐 줄도 모르고 입은 두터운 겉옷 차림의 주인공은 기차역 휴게실에 앉아 음료를 들이켜고서야 겉옷을 벗고 잠시의 휴식을 취한다.
잠깐의 휴식 속에서 만난 고양이를 따라 바다에 도착해 피서객으로 북적이는 백사장도 거닐고 바닷가 갯바위 위에 앉아 사람들 속에 있지만, 주인공의 낯빛은 여전히 푸른색이다. 열기로 가득한 바닷가 사람들 사이를 거닐어도 왠지 함께 동화되지 못하고 소외된다. 휴게실에서 만났던 고양이를 따라 바닷가 숲 속으로 발길을 옮기며 수풀 사이도 거닐고 시원한 물줄기가 떨어지는 폭포도 만나며 흐르는 물에 세수하자 조금씩 낯빛은 푸른빛이 없어지며 미소가 지어진다.
그제야 주인공은 물속에 뛰어들며 몸을 담그며 온전한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온몸을 감싸는 시원한 물, 가만히 앉아 바라보는 광활한 하늘에 붉게 물든 노을은 주인공에게 긴장을 털어버리고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충전의 시간이 된다.
많은 사람이 겪는 일상의 벗어날 수 없는 긴장과 초조는 사람들이 사색할 수 있는 시간뿐 아니라 정신적 여유를 앗아가 살아 있음을 잊게 한다.
한쪽은 일이 많아 힘들어 죽겠다고 하고 다른 한쪽은 일이 없어 심심해 죽겠다고 하니 일에 치어 에너지가 소모됐거나 일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현실에서 오는 무력감과 무기력은 어쩌면 같은 결인지도 모르겠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감성이 고갈될 때, 감정의 조직들이 너무 촘촘해 여유가 없거나 너무 느슨해져 좋은 기운들이 모두 빠져나갈 때 한 번쯤 낯선 곳으로 훌쩍 떠나 전혀 다른 시간을 가져보면 자신도 모르게 새로운 기운이 차오를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을 읽고, 나는 방전되었을 때 어떤 방식으로 충전되는지, 자신의 루틴을 돌아볼 수 있었으면 한다. 저마다 휴가의 시기가 다양한 것처럼 각기 다른 휴식의 방식이 존재하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자신을 충분히 충전할 시간이, 파란 그림자가 노랗게 변하는 시간이 주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휴가는 바쁘게 살아가는 인생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한 번 돌아보며 새로운 생기를 얻는 것은 어떨까.
손서란 복합문화공간 비플랫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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