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군함도 역사 왜곡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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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는 일본 나가사키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17.5㎞ 떨어져 있는 무인도다. 섬의 모양이 일본의 해상군함을 닮아 군함도(軍艦島)라 불리며, 일본어로는 ‘하시마(端島)’라고 한다. 탄광사업이 번영했던 군함도는 1943~1945년 사이 500~800여명의 조선인이 강제징용으로 끌려가 노동을 착취당한 지옥의 섬이다. 징용자의 20%가 죽어나갔다. CNN은 ‘세계 7대 소름 돋는 장소’ 중 하나로 지목했다.

군함도는 1960년대까지 탄광 도시로서 번영을 누렸으나 폐산되면서 주민들이 떠나고, 당시 건물만 그대로 남았다. 일본은 군함도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 23곳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다. 군함도 관련 역사를 왜곡하고 산업혁명의 상징성만 부각해 한국의 반대로 난항을 겪었으나 유네스코는 강제징용 명시 조건으로 2015년 7월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하지만 일본은 이후 태도를 바꿔 강제노동의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일본이 자국의 세계문화유산을 소개하기 위해 지난해 문을 연 ‘산업유산정보센터’는 강제징용 역사를 왜곡해 일본 시민단체까지 비판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지난 12일 일본이 강제징용에 대한 사실을 부정한 사실을 인지하고 ‘강한 유감(strongly regret)’을 표했다. 실사단이 지난달 일본을 찾아 강제노역 사실을 알 수 있는 자료 전시가 부족하고, 희생자를 기리는 전시물이 없음을 확인한 뒤 이런 입장을 내놨다. 국제기구에서 군함도의 역사왜곡 사실을 공식화한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지금까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의와 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정부가 약속한 조치를 포함해 성실히 이행해왔다”고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유네스코 지적에 반론을 펴며 수용 불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세계대전의 불행한 역사를 담은 세계유산으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와 비르케나우, 나치의 집단학살수용소가 있다. 등재 배경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반성과 경고가 담겼다. 반면 일본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며 강제노역으로 이룬 번영을 미화하고 있다. 일본은 역사적 사실 왜곡을 언제쯤이나 멈출까. 진지한 반성과 함께 국제사회와 한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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