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 2018~2020 신소장품전 ‘빈지 워칭; 14284’ 개막

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관장 안미희)이 오는 10월10일까지 신소장품전 <빈지 워칭; 14284″>를 개최한다.

이 전시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경기도미술관이 수집한 작품 53여점 중 동시대성을 보여줄 수 있는 19점을 선정해 대중에게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다. 특정 주제로 열리는 기획전이 아닌 만큼 관람객들은 전통적 매체인 회화 작품부터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한 뉴미디어 작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명칭에 들어간 ‘빈지 워칭(binge-watching)’은 우리말로 ‘몰아보기’라는 뜻이다. 동일한 프로그램의 에피소드를 쉬지 않고 계속 보는 것처럼 이번 전시도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감상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14285’는 1만4천284초, 즉 4시간을 표현했다. 미술관에서 관람객이 한 작품을 감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15초임을 감안했을 때 이를 40초까지 늘려보자는 의도다. 그 시간 동안 작품과의 대화를 시도하면서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는 현대미술을 친근하게 바라보도록 했다.

이번 전시에선 ▲금혜원 <가족사진> ▲정은영 <가사들 1, 2, 3> ▲진기종 <염주와 기도> ▲이우성 <세상은 내가 꿈꾸지 않게 한다> 등 다채로운 감성의 작품이 선보인다.

3. 진기종_염주와 기도
진기종 염주와 기도

이은우 작가의 <물건 2>는 철판, PVC 파이프, 안전 고깔 등 산업 재료의 본 기능을 모두 빼고 오로지 형태와 색채만 남겨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 산업 재료들을 새롭게 결합하면서 이게 작품인지 물건인지, 유용한지 아닌지 경계를 모호하게 했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제각각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토록 하는 제작 의도를 담았다.

송성진 작가의 <1평조차>는 이주와 난민에 대한 고찰을 표현했다. 작가가 실제 안산 대부도 선감선착장 해안가에서 한 평짜리 판잣집을 지어 살았고, 그 집 자체가 작품으로 전시된다. 아울러 그가 갯벌에서 위태로이 살았던 기록 일지도 함께 볼 수 있다. 이 일지에는 “닻과 집의 기초 곳곳에 핀을 박아 넣었다. 곧 깊은 물이 다시 찾아온다는 예보다”, “새벽 4시 만조, 수위가 높다. 바다로 나선다”는 등 생생한 나날이 적혀있다. 이번 <빈지 워칭; 14284″> 전시가 끝나면 이 작품은 다시 대부도로 돌아간다.

그 외 40분짜리 애니메이션인 김희천 <홈>, 노동 탄압ㆍ경제 위기 등이 모두 사회 시스템과 연결돼있음을 스크린 위에 그린 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2.0> 등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코로나19 장기화로 미술관을 방문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비대면 작품감상이 가능한 온라인 감상 플랫폼 ‘경기도미술관 빈지 워칭룸(14284.org)’이 운영된다는 점이다.

경기도미술관 관계자는 “온라인뿐 아니라 전시실 안에서도 빈지 워칭룸이 운영되고, 뮤지컬 배우 이정화의 목소리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음성 해설 서비스도 지원된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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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래정 B동301호

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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