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 상행위와 전쟁 끝낸 청정 계곡/부도덕·비양심과의 전쟁 기다린다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799-6번지 도로. 일요일인 25일 오전 10시 격렬한 소란이 이어졌다. 도로변에 주차한 차주와 인근 주민들 간의 싸움이다. 원래 이곳은 왕복 2차선도 빠듯한 구길이다. 고기 계곡을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도로다. 오랜 세월 계곡에는 불법 상행위가 이뤄졌다. 지난해 대대적인 단속으로 깨끗이 정비됐다. 그러면서 다른 문제가 생겼다. 몰려드는 피서객의 도로변 불법 주차로 인한 마찰이다.

계곡 옆 도로에 차들이 늘어서고 있다. 도로에 병목 현상이 생겼다. 이 날도 차량 100여대가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마을버스 기사, 인근 주민 봉사자 등이 정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주차 차량 차주와 거친 말싸움이 계속됐다. ‘고기동 도로는 원래 많이 밀렸다’며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정비된 계곡 옆 도로 주차 문제는 그동안 없던 일이다. 고기리 계곡은 시민 품으로 돌아왔는데, 고기동 도로가 시민 품을 떠난 셈이다.

경기도의 계곡 정비는 일찍이 마무리됐다. 2019년 9월부터 지난해까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도내 25개 시·군에 234개 하천·계곡을 정리했다. 1천601개 업소의 불법 시설물 1만1천727개를 적발했다. 1천578개 업소 1만1천693개를 철거했다. 철거율 또는 복구율 99.7%다.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다시 한 번 단속 고삐를 죄고 나섰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일부 지역에서 탈 불법 행위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 등으로 이뤄진 단속반이 활동에 나섰다. 지난 11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하천·계곡 내 불법행위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불법 상행위 등 단속이다. 여기에 방치된 잔재물도 샅샅이 살펴본다. 적발되면 원상복구 명령, 행정대집행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정도에 따라 형사고발 등 강력한 사법조처도 할 방침이다. 옳게 정한 뒤처리 행정이다. 하천 계곡 불법 상행위는 계속 억제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고민할 게 있다. 시민의식 실종에 의한 폐해다. 고기동의 예는 아주 단편적 일이다.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계곡 하천 정비는 많은 시민을 찾아오게 한 정책이다. 그런데 그 시민들이 찾는 수단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불법 주차 논란이 곳곳에서 불거질 수밖에 없다. 계곡을 깨끗하게 사용하는 공중도덕 의식도 계몽돼야 할 것이다. 우리 계곡은 대부분 우기가 아니면 말라 있다. 취사, 쓰레기에 쉽게 망가진다.

어렵사리 자리 잡은 하천 계곡 정비다. 차량ㆍ쓰레기ㆍ준법도 자리 잡게 하자. 안 그러면 원래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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