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술락 시바락사의 불교관

태국은 불교국가로 알려졌지만, 우리는 정작 태국의 불교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술락 시바락사(Sulak Sivaraksa)는 태국의 저명한 참여적 지식인이자 재가불자다. 술락은 1933년에 방콕에서 태어난 중국계 태국인이다. 그는 영국에 속하는 웨일즈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영국에서 법학학위를 받았다. 술락은 1971년에 코몰킴통 재단을 창립했는데, 이 재단의 목표는 젊은 사람에게 이상주의 정신을 불어넣어 젊은 사람이 민중을 위한 사업에 헌신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불교정신을 되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또 술락은 달라이라마, 틱낫한 등과 함께 1989년에 국제참여불교연대를 설립했다. 국제참여불교연대의 목적은 단일한 논점만을 고집하는 편협함에서 벗어나서 세계 전체에 대한 이해를 갖도록 도와주는 것에 있다. 술락이 참여한 단체는 12개가 넘는다고 한다.

술락은 불교를 두 가지로 나눠 구분한다. 하나는 관습적이고 의례적인 불교다. 이는 광신적 민족주의와 호응하는 불교이기도 하다. 다른 하나는 비(非)본질적 찌꺼기를 제거한 불교의 본질적 핵심을 말하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술락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은 특별한 신앙을 고백할 필요가 없다. 부처를 숭배해야 할 필요도 없다. 어떠한 의례에 반드시 참여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깨달음 속에서 당신이 성장하는 것이다. 당신은 이기적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른 사람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며 서로 착취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불교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술락은 5계 가운데 불살생(不殺生)을 새롭게 해석한다. 불살생은 다른 생명체를 죽이지 않는 것인데, 술락은 그 의미를 확장한다. 불살생에는 대량살상무기의 생산과 사용을 포기하는 것도 포함된다. 또 술락은 사람들에게 적절한 생계수단을 빼앗는 것도 살생이라고 한다. 화학비료와 살충제를 사용해서 토양을 망치고 미생물을 말살하는 것도 살생에 포함된다. 핵폐기물과 화학오염물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이러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도 살생의 범위에 들어간다. 또 다른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고 죽음에까지 이르는데도 한쪽에서는 사치와 낭비를 일삼는 것도 술락의 관점에서는 불살생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

술락의 불살생에 대한 해석을 한반도에 적용한다면,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하지 말아야 하고 또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내용은 북한도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에 더 이상 집착하지 말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핵폐기물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핵폐기물이 나오는 원자력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세우기 위해서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목표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실제적 방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병욱 불교학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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